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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불법매립 뇌물악취

Posted May. 07, 20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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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마을에 생긴 흉물스러운 폐기물 산은 불량업자와 공무원, 마을 주민과 지역환경단체 회원, 사이비 기자 등 관련자들의 총체적인 부패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 고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인 셈.

업자는 4년 동안 폐기물을 공공연히 불법 매립했고 관련자들은 수시로 업자를 찾아가 돈을 받아먹으며 국토와 하천이 오염되도록 방치했다. 불법 매립으로 업자가 얻은 이득은 20억원이지만 원상복구에는 30억원이 들어간다.

뻔뻔한 관련 공무원=포천시청 공무원 김모씨(37)는 지도점검을 핑계로 신북환경개발 사업장에 직접 찾아가 수시로 돈을 받았다. 그는 주택구입 자금으로 6500만원, 카드빚 상환 명목으로 3500만원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천시청의 다른 공무원은 포클레인 준설 작업 중 채취한 바위 2개를 회사 현판용으로 사용하라며 150만원에 강매했고, 또 다른 공무원은 부하 직원의 아버지가 재배한 포도가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70상자를 140만원에 떠넘기기도 했다.

공포의 노란 빈대=마을 주민 조모씨(69농업)는 신북환경 직원들 사이에서 공포의 노란 빈대로 불렸다. 노란색 스쿠터를 타고 수시로 사업장에 나타나 돈을 뜯어갔기 때문. 조씨는 2001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무려 77차례에 걸쳐 이 업체에서 2160만원을 뜯어냈다. 그는 아들에게 승용차를 사줘야 한다며 한 번에 300만원을 뜯어가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마을 이장 조모씨(44)는 점점 높이 매립되고 있는 게 뭐냐며 겁을 주는 수법으로 모두 180만원을 갈취했다.

사이비 기자와 환경단체 회원, 경찰도 가세=S환경신문 기자로 행세한 김모씨(61구속)와 A일보 포천시청 출입기자인 김모씨(49지명수배), J환경신문사 사장 유모씨(56지명수배) 등은 취재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수시로 사업장에 나타나 불법 매립을 기사화하겠다며 겁을 줬다. 이들은 각각 280만690만원을 받아 챙겼다.

주민 김모씨(50)와 이모씨(59)는 환경감시단 마크가 찍힌 복장과 모자를 착용한 채 사업장에 나타나 폐기물 매립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데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고 겁을 줘 각각 160만원과 8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산림보호지도요원증, 명예환경감시원증, 기자증, 자연보호지도위원 등 신분증 3, 4개도 갖고 다녔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반 경장 이모씨(38)의 경우 신북환경 사장 최모씨 등을 호송하던 중 포천시청 계장 이모씨가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씨에게 전화해 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가 드러났다.

경기 북부지역 수돗물 공급원인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물줄기 인근에 4년 동안 4만6000t의 화학폐기물을 무단 매립한 업체 관계자가 검찰에 붙잡혔다. 또 이를 빌미로 매립업자의 돈을 뜯어온 관련 공무원과 주민, 사이비 기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 이중훈•)와 환경부 환경감시대(대장 정유순•)는 염색폐수 찌꺼기인 폐슬러지를 무단 매립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신북환경개발 대표 최모씨(64)와 공장장 임모씨(49) 등 회사 관계자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무단 매립 사실을 묵인해 주는 등 편의 제공 대가로 이 업체로부터 2500여만원을 받은 포천시청 환경보호과 계장 이모씨(44) 등 공무원 2명과 불법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로 S환경신문사 국장 김모씨(61)와 마을주민 조모씨(69)를 구속기소했다. 또 마을 이장 조모씨(45)와 경기북부환경감시단 중앙회장 김모씨(50)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신북환경 전 사장 유모씨(47) 등 달아난 3명을 지명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폐슬러지를 재활용해 벽돌을 생산하겠다며 재활용업체로 허가를 받은 뒤 2000년 1월부터 최근까지 포천과 동두천 연천 일대 염색공장에서 11t 트럭 1대당 50만원의 처리 비용을 받고 넘겨받은 폐슬러지 4만6000t(11t 트럭 4180대 분량)을 무단 매립해 2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매립면적은 9000여평. 검찰은 폐슬러지를 이용해 벽돌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매립장소가 취수원인 한탄강과 연결된 포천천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이어서 원상복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매립지 높이가 5m에 이르는 데다 중간중간 수렁 상태로 변한 상태여서 원상복구가 쉽지 않아 복구비용이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신북환경이 매월 2000만원을 공무원 뇌물이나 마을 주민과 사이비기자 등의 입막음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뇌물일계표를 만들어 전달 일시와 장소, 대상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상록 황진영 myzodan@donga.com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