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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축구는 4 신화를 이뤘다

Posted June. 22, 200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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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한국 축구가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꺾고 월드컵 4강에 올랐다. 72년 월드컵축구사에서 아시아축구가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세계적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침으로써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평가절하되던 아시아축구의 위상을 단번에 그 중심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쾌거이자 아시아축구사에 쌓아올린 금자탑이다. 다시 한번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23명 태극전사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한국의 4강전 상대는 역대 월드컵에서 3번이나 우승한 전차군단 독일이다. 그러나 나조차 우리 팀을 막을 수 없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한국팀의 거칠 것 없는 듯한 상승세 앞에 과거의 명성쯤은 이제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릴 결승전에 한국팀이 나선다고 해서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월드컵 대회의 피날레를 한층 빛나게 할 것이다. 한국팀이 끝까지 선전()해 주기를 온국민과 함께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승부에만 매달릴 일은 아니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4강 진출만으로도 우리 국민 모두는 너무 배가 부를 것이다. 어쩌면 지나친 포만감에 자족()해 내일의 목표를 잃을지도 모른다. 이래서는 안된다. 오늘의 성취를 내일에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적 성원과 장기적 발전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민을 열광케하는 축구의 힘을 생각하면 이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4강 진출 못지 않은 값진 성과는 이번 대회를 통해 표출된 국민적 에너지다. 세계는 한국축구의 4강 진출에만 경악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국인의 놀라운 활력과 질서있는 열정에 주목했다. 그들은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의 저력과 내일의 가능성을 함께 읽었을 것이다.

국민의 통합된 에너지가 일궈낸 이 저력과 가능성을 한 차원 높은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모아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3김씨 이후 새로운 리더십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현실은 부끄럽다. 오로지 정권을 잡기 위한 다툼으로 월드컵 축구에서 분출된 국민의 힘을 내일의 비전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아들들 비리로 머리를 들지 못하고 국회는 의장조차 뽑지 못한 식물국회다. 세계 일류의 국민적 에너지를 3류의 정치가 훼손하고 있는 격이다. 선진 축구와 후진 정치의 두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