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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갔니?

Posted December. 22, 20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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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아 춘아가 기획된 것은 꼭 이맘때 쯤인 지난해 12월. 민음사 박상순 주간을 비롯한 계간지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들은 세계의 문학 100호 발간을 기념해 뭔가 의미있는 단행본을 출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무엇보다 인문학을 쉽고 진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대표적인 지성들의 대담집을 내자는 결론을 내렸다.

춘아 춘아 제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담자는 열세팀 스물여섯명으로 압축됐고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오전에 만나 늦은 밤 술자리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주제는 문학 예술 신화 디지털 책 정치 종교 여성문제 정도로 거칠게 잡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해 달라는 외에는 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과연 제대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을까하는 일말의 걱정은 기우였다. 도저히 접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금세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누었다. 싸움과 주장만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흩어졌던 담론들도 자연스레 하나로 뭉쳐졌다.

고단한 시대를 살아 내느라 흉허물 없는 마음속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우리. 이 대담집에는 즐겁고 따뜻하면서도 울림이 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가 이윤기씨와 철학전공인 딸이 신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소설 상도로 화제를 모은 작가 최인호씨와 연봉 24억원인 필라코리아의 CEO 윤윤수씨가 한국 경제의 윤리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생을 탐구하는 과학자 최재천씨와 죽음을 탐구하는 시인 최승호씨도 자리를 같이 했다. 화가와 음악가, 목사와 스님, 인터넷서점 주인과 헌책방 주인, 사회학자와 여성운동가가 만나기도 했다. 하는 일도 관심분야도 서로들 달랐고 대담의 내용도 사사로운 이야기에서부터 민감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한 길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이 대담집을 기획한 박상순 주간의 이야기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이제 출판기획자의 역할이 단지 좋은 원고를 받아 오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나 자신과 주변을 설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 주간은 기획출판의 새로운 모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새해에는 좀더 참신한 기획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갔니?

이윤기 외 26명 대담집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