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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된 박찬호의 ‘한만두 20주년’

Posted April. 25, 2019 08:59,   

Updated April. 25, 20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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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4월 23일 금요일 저녁. 주말을 맞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다저스타디움에는 4만6687명이 운집했다. 세인트루이스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다저스의 마운드를 지킨 투수는 한국인 빅리그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던 박찬호.

 피홈런 9이닝당 0.65개로 당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96명 중 상위 10걸에 들고 있던 이 우완 투수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좋지 못했다. 2회까지 실점하지 않은 채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등판한 박찬호는 첫 타자 대런 브래그에게 우전 안타, 다음 타자인 에드가르 렌테리아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고 세 번째 타자 마크 맥과이어에게 또 안타를 맞았다.

 운명의 네 번째 타자는 페르난도 타티스. 볼 두 개를 얻은 이후 세 번째 공을 노리고 휘두른 타티스는 왼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자신감 넘치던 투수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볼넷과 실점, 그리고 또 홈런. 타자 일순. 3회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15번째 타자’ 맥과이어는 뜬공으로 잡았지만 이미 모든 베이스는 또 꽉 들어찬 상황. 스코어는 어느 새 7-2. 3회에만 투구수 42개째. 그리고 이 상황에 올라온 ‘16번째 타자’는 또 타티스. 투구 5개가 추가되면서 풀카운트. 그리고 박찬호가 던진 회심의 87번째 마지막 공은 또다시 타티스의 방망이 끝에 걸리며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3회에 11점을 빼앗긴 다저스는 이날 5-12로 졌다.

  ‘한만두’로 회자되는 이 ‘한 이닝 만루홈런 두 개’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리고 공식 기록이 남아있는 전 세계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할 일이다. ‘한만두 사건’ 20주년을 맞아 MLB.com은 20년 전 이 경기를 재조명하면서 대기록의 주인공 타티스의 아들을 소개했다.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지금까지 타율 0.291에 홈런 6개를 만들며 활약 중이다. 공교롭게도 이 중 두 개가 지난해까지 SK에서 뛰던 메릴 켈리에게서 나왔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한국과 인연 있는 선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