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크로아티아를 꺾고 1998년 자국 대회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복귀한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라커룸은 축제 분위기였다. 축제의 중심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있었다. 정장 윗도리를 벗어던진 마크롱 대통령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수비수 뱅자맹 멘디, 미드필더 폴 포그바와 함께 춤을 췄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댑댄스였다. 선수들은 대통령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함께 어깨동무를 했고 셀피도 찍어댔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기 후 비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로 내려가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감독,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팀은 축구에서의 성공을 넘어 6000만 프랑스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줬다”고 고마워하며 16일 선수단을 엘리제궁으로 초대했다.
축제의 장에서 또 한 명의 주인공은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가 경기 후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자 선수들은 뛰어나와 감독에게 물을 뿌리고 목을 조르며 노래를 불렀다. 기자회견 단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선수도 있었다. 데샹 감독은 물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나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행복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결승전에 선발로 나선 프랑스 대표팀 11명의 평균 나이는 26세 90일. 2000년 이후 프랑스 대표팀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두 리더 마크롱 대통령과 데샹 감독을 보며 ‘늙은 수탉’으로 평가받던 옛 프랑스 대표팀에 대한 조롱을 잊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나이로 40대인 젊은 두 리더 마크롱 대통령(1977년생)과 데샹 감독(1968년 10월생)은 정치와 축구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이루며 젊음에 신뢰를 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데샹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파바르가 넣은 골은 대표팀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내 눈에 그 모든 건 감독의 공이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극찬했다. 데샹 감독은 22세의 파바르를 포함해 대표팀 엔트리 23명 중 14명을 국가대표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로 채웠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20, 30대를 대거 공천했고 이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회의원 평균 연령(48.6세)을 이전 국회보다 6세나 낮췄다.
두 사람은 둘 다 강한 승부욕과 뚝심을 보여줬다. 지난달 6일 마크롱 대통령이 월드컵 개막 전 국가대표팀 훈련 장소를 방문해 “우리는 경기에 참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이기러 간다”고 말했다. 압박을 느낄 만도 하지만 데샹 감독 역시 “나는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경쟁은 시작됐다. 참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이기러 간다”고 화답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데샹 감독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엘리트 코스를 밟아 실패의 경험이 많지 않다. 최고 명문학교 국립행정학교(ENA)를 나와 30대에 장관을 거쳐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마크롱 대통령처럼, 데샹 감독은 16세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뒤 24세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았고 1998년 월드컵,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43세에 대표팀 감독이 됐다.
데샹 감독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격수였지만 사생활이 복잡한 카림 벤제마를 대표팀에서 제외하고 대신 팀에 헌신적인 올리비에 지루를 선택했다. 스타라는 이름값보다는 실용적인 전략을 짜는 것도 그의 특성이다. 좌우 이데올로기 프레임을 거부하는 마크롱 대통령과 통하는 대목이다. 데샹 감독은 개성이 강한 젊은 선수와 흑인, 북아프리카 이민자 2세대가 뒤섞인 용광로 같은 대표팀 내에서 조화를 이뤄냈다. 데샹 감독은 월드컵에서 역대 세 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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