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유통의 젠트리피케이션

　1960년대까지 슬럼가였던 서울시청 앞 소공동이 현재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는 1966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었다. 시청 앞 환영행사를 중계하던 TV 카메라가 소공동을 비추자 서울의 속살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TV 중계를 본 미국 교민들이 창피해서 못 살겠다고 탄원서를 올리면서 한국 최초의 도심 재개발이 착수됐다. 하지만 대를 이어 중국집 등을 운영하던 화교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낙후된 곳을 개발하면 원주민이 싼 거주지를 찾아 옮겨야 하는 일은 세계적 현상이다. 6월 ‘불지옥(Inferno)’으로 불릴 정도로 대형 화재가 일어났던 영국 런던 그렌펠빌딩은 중동 출신 가난한 이주자들의 게토(ghetto)였다. 독일 베를린 역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벌금을 물리는 등의 방법으로 집주인들의 임대료 인상을 억누르고 있지만 주택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임시조치일 뿐이다. 임대료 인상과 원주민 이주는 개발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1964년 런던 서부 주거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중산층이 들어와 저소득층을 몰아내는 과정을 설명한 용어다. 중산층을 지주계급인 젠트리(Gentry)로 보고 지주계급과 하층계급의 주거갈등 구도를 내세운 것은 글래스가 마르크스주의자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립국어원은 ‘둥지 내몰림’이라고 순화했다. 원주민이 쫓겨나든, 영세상인들이 몰려나든, 가난한 예술인들이 떠나든 젠트리피케이션은 사람의 온기와 골목의 정겨움까지 사라지게 한다.

　▷부산역 2층에 매장을 냈던 한 어묵집이 임차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철수했다. 코레일유통과 매출액의 25%를 임차료로 내기로 계약해 작년에 낸 월세만 37억8628만 원이었다고 한다. 어묵 팔아 남는 돈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매출의 25%까지 되겠는가.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550여개 매장에 매출액 연동 임차료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중 어느 입점 업체가 감당 못할 임차료로 또 문을 닫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