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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스틴 성추행 확산

Posted October. 17, 2017 09:08,   

Updated October. 17, 20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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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엘리제궁이 성추문 스캔들에 휩싸인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틴(65)에게 수여한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의 서훈을 취소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소셜미디어에선 그의 행동을 규탄하며 각자가 당한 성범죄를 고백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지는 등 와인스틴 성추문의 후폭풍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민영방송 TF1에 출연해 “와인스틴의 행동에서 존중이나 명예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하려 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프랑스를 위해 기여한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는 미국인 중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 등이 받았다.

 서훈이 박탈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프랑스가 지향하는 가치나 이익을 침해한 경우엔 훈장을 취소할 수 있다. 2014년 사이클 영웅이던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도 약물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나 레지옹 도뇌르 서훈이 취소된 바 있다. 2012년엔 영국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반유대인 발언으로 같은 처분을 당했다.

 소셜미디어엔 이번 일을 계기로 성폭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의 집단행동이 번져 나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 운동은 미국 여배우 얼리사 밀라노가 본인 트위터에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나도 그렇다’고 댓글을 달자”고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트윗이 올라온 지 10시간 만에 댓글 약 2만7000개가 달렸고, 여성들은 해시태그(#Metoo·나도 그렇다)와 함께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유했다.

 이 와중에 우디 앨런은 스캔들의 당사자인 와인스틴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15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불쌍한 여성들에게는 비극적인 일이며,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린 하비에게는 슬픈 일”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이번 와인스틴 사건으로 여성에 대한 처우가 개선됐으면 한다”면서도 “남성이 사무실에서 여성에게 윙크했다고 고소당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마녀사냥’ 같은 분위기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를 향한 비난이 부당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데다 그의 과거 행적에 비춰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과거 수양딸 딜런 패로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때 아버지 앨런을 공개 비판한 아들 로넌 패로는 뉴욕타임스 소속 기자로 10일 와인스틴 성추문 사건을 최초 보도했다. 앨런은 전처가 입양했던 딸 순이 프레빈과 불륜을 저지르다가 발각되고 난 뒤 그와 혼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앨런 감독은 1990년대 와인스틴과 다수의 영화에서 함께 작업한 동업자다. 하지만 그는 이번 와인스틴 스캔들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 위은지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