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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상쾌... 36세 가와사키의 도전

Posted January. 10, 2017 08:30,   

Updated January. 10, 20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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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초 그가 우상으로 여기는 스즈키 이치로(43·현 마이애미)와 함께 뛰고 싶다며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을 때 ‘뭐 이런 선수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 잘생겼지, 실력 좋지, 돈 잘 벌지, 게다가 성격마저 유쾌했다. 그는 2011년 소프트뱅크에서 2억4000만 엔(약 24억7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꿈’과 ‘도전’을 위해 아무런 보장이 없는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흘러 2017년이 됐다. 최근 가와사키 무네노리(36·사진)는 시카고 컵스와 다시 한 번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벌써 6년 연속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초청선수로 참가해 20대 어린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때 ‘꽃미남’이었던 그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풍성하던 머리칼도 줄어들었고, 얼굴에 주름살도 많이 늘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는 한 번도 주전이었던 적이 없다.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다 가끔 백업 선수로 빅리그에 올랐을 뿐이다. 2013년 토론토에서 96경기를 뛴 게 최다 출전이다. 작년에는 컵스에서 16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76경기 출전에 타율 0.237, 1홈런, 51타점, 12도루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유쾌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어느 팀에 가든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어설픈 영어로 하는 솔직한 인터뷰에 팬들은 열광했다. 2015년에는 메이저리그 공식 동영상 사이트 CUT4가 ‘팬과 리그를 가장 들썩이게 한 선수’로 선정하기도 했다.

 컵스는 지난해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가와사키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선수단에 동행했고, 결국 7차전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받는다.

 당시 그는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로서 그라운드에 나설 기회가 없어 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많이 이들이 그의 일본 프로야구 복귀를 예상했다. 실제로 몇몇 일본 팀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의 선택은 이번에도 역시 메이저리그 성공을 향한 ‘도전’이었다. 변치 않는 도전 의지에 일본과 미국의 팬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가와사키는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도 깊은 편이다. 이승엽(41·삼성)이 일본에서 뛸 때 먼발치에서 이승엽의 모습이 보이면 한걸음에 달려와 “승짱”(이승엽의 일본식 애칭)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2010년 말에는 그해 소프트뱅크에서 함께 뛰었던 이범호(36·KIA)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찾았다. 그해 이범호가 주로 2군에 머무른 것을 감안하면 통 큰 마음씀씀이였다.

 왠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선수가 있다. 많은 팬들에게 가와사키가 그런 존재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