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북압박 속 북-미 접촉, 북에 그릇된 시그널 줄 때 아니다

대북압박 속 북-미 접촉, 북에 그릇된 시그널 줄 때 아니다

Posted October. 24, 2016 07:19,   

Updated October. 24, 2016 07:37

日本語

 미국의 민간 대북(對北) 전문가들과 북한의 외교 당국자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1, 22일 북핵과 미사일을 논의하는 대화를 가졌다. 미 국무부는 민간 접촉이어서 미 정부와 상관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지만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 대표 등이 나선 회담이어서 사실상 북-미 간접대화나 다름없다.

 북측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 주재 차석 대사 등은 핵보유국 인정과 함께 선(先) 북-미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미 측은 (先) 비핵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한 참석자는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미국 새 정부와의 공식협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향후 파장이 심상치 않다. 미 측 참석자들은 과거 북과 직접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거나 대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인사들이어서 만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번 접촉은 클린턴이 집권할 경우를 상정해 미 민주당과 가까운 한반도 전문가와 북 측이 서로의 의중을 탐색해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당장 강경한 대북 스탠스를 바꿀 가능성은 없지만 차기 행정부에선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으므로 한국 정부로선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20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선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부근 상시 순환 배치가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방부가 사전 브리핑을 통해 한미가 합의했다고 밝혔음에도 명문화가 안 된 것을 놓고 미 측이 중국을 자극하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을 우려해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 혹시라도 한미가 엇박자를 낸 것이라면 김정은이 오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과거 북-미 대화가 활발하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한국을 건너뛰어 미국과 북한이 직접 교섭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행여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이러한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한미가 향후 대북 압박의 출구 전략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교환을 하고 일치된 행보를 보여야 한다. 지금은 북에 그릇된 대화 시그널을 줄 때가 아니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