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살신성인 故이수현의 삶, 잊지 않겠습니다”

“살신성인 故이수현의 삶, 잊지 않겠습니다”

Posted January. 27, 2023 07:39,   

Updated January. 27, 2023 07:39

ENGLISH

3년 만에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플랫폼에 선 엄마는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2년 전 이날, 영하의 추운 날씨에 선로에 뛰어들어 취객을 구하다가 숨진 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오랜만에 오니 활기가 있어 보여 좋아요. (코리아타운이) 한동안 썰렁했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거든요.”

2001년 1월 26일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당시 26세)가 희생된 도쿄 신오쿠보에서 이 씨를 기리는 22주기 추도식이 26일 열렸다. 당시 얼굴도 모르는 취객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던 그의 희생은 한일 양국에 큰 울림을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에 올 수 없었던 어머니 신윤찬 씨는 이날 추도식을 위해 3년 만에 도쿄를 찾았다. 신 씨는 “수현이가 생전에 남긴 글에 한일 우호에 기여하고 싶다는 말이 있었다”며 “이제 우리 아이는 제 개인의 아들이 아니라 한일 양국 우호의 상징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도식에는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가토리 요시노리 LSH아시아장학회 회장 등이 참석해 신오쿠보역에 설치된 추모 동판에 헌화한 뒤 고인이 숨진 플랫폼에서 묵념했다.

이 씨 부모가 기부한 1억 원을 기반으로 세워진 장학회는 일본에 유학하러 온 아시아 유학생 1000명 이상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그를 기리는 영화, 책이 선보여졌고 이달 NHK 특집 프로그램 ‘위기 속의 용기’에서 이 씨의 의로운 행동이 조명됐다.

“젊은 학생들을 보니 22년 전 수현이도 저렇게 뛰어다녔겠구나 싶네요.” 신 씨는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신오쿠보를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멀리하면 안 된다고 했던 아들의 말을 새기고 있어요. 많은 분이 우리 아들을 생각해 주는 만큼 용기를 내 양국의 사이가 좋아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도쿄=이상훈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