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란을 전격 공습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사진)를 제거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37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온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끊임없이 각을 세우며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과 동맹인 이스라엘에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된 하메네이를 이란 본토에서 기습 폭격으로 제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점점 더 거친 방식으로 ‘힘을 통한 질서’라는 안보 전략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세계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날 하메네이를 포함해 이란 수뇌부가 집결한 시설 등을 동시 폭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에픽 퓨리(Epic Fury·압도적 분노)’, ‘로어링 라이언(Roaring Lion·포효하는 사자)’이라고 명명한 이번 작전으로 하메네이는 물론이고 그의 딸·사위·손녀 등 일가족도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매체가 전했다. ‘정부 위 정부’, ‘하메네이의 친위대’로 통하는 엘리트 군사조직인 이란 혁명수비대의 총사령관 등 핵심 관계자들도 다수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 뒤 “우리의 목표는 임박한 이란의 위협을 제거해 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란 핵 역량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게 작전의 최우선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또 “이는 이란 국민을 위한 정의”라며 “이란 국민이 자신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가장 위대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습이 이란의 심장부를 찔러 지휘체제 분열을 노리는 것은 물론이고 체제 전환까지 염두에 둔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이란이 단 하루 만에 “초토화됐다”며 “정밀한 폭격이 대규모로 이번 주 내내 이뤄지거나 필요하다면 그 이상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하메네이 제거 다음 날인 1일에도 이란 내 탄도미사일 시설 등을 겨냥해 공습에 나섰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약 1시간 만에 이스라엘 주요 도시와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위치한 미군기지 14곳에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다만 하메네이를 잃은 이란이 일단 보복 수위를 조절하며 미국과 타협안을 모색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를 지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순 없다”면서도 “(미국이) 침공을 멈추면 우리도 방어를 멈추겠다”고 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 유근형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