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이 1년 전보다 8.4% 증가한 610억4000만 달러로 역대 11월 기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올해 들어 11월까지의 누적 수출액도 6400억 달러를 넘겨 같은 기간의 역대 최대 실적을 3년 만에 갈아치웠다. 반도체만 보면 벌써 연간 수출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수출 목표치였던 사상 첫 700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관세 압박 등 여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고군분투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한국 수출은 6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으로 월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가 수출 부활을 이끌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38.6% 급증했다. 11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1526억 달러로, 기존 연간 기록인 지난해 1419억 달러를 벌써 넘어섰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 또한 미국발 관세의 직격탄을 이겨내고 1년 전보다 13.7%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견조한 데다, 지난달 말 대미투자특별법 발의로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가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수출이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 수출 실적이 지난해 수준 정도만 유지한다면 연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수출대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엔 일본과 비교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지만 2010년대 이후 일본 수출이 정체하는 동안 한국이 빠르게 증가하며 격차를 메워 왔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일본의 7.4%였던 한국의 수출은 58년만인 2006년 절반을 넘겼고 다시 19년이 지난 지금 수출에서 ‘극일(克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출이 기대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불안 요소도 많다. 수출에서 반도체 의존성이 갈수록 심해지고 석유화학·기계·조선·철강 등 다른 주력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미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세계 교역 둔화가 예상되는 내년은 올해보다 수출 전망이 어둡다. 수출이 버텨주고 있고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의 기회를 잘 살려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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