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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다카이치 첫 회담… ‘너무 가까운 이웃 간 상처’ 잘 관리해야

李-다카이치 첫 회담… ‘너무 가까운 이웃 간 상처’ 잘 관리해야

Posted October. 31, 2025 07:24,   

Updated October. 31, 2025 07:24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오후 경주에서 만나 한일 간 셔틀외교를 통한 우호 협력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으로서 다양한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카이치 총리도 “한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이자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이번 두 정상 간 만남은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아흐레 만에 열리는 상견례를 겸한 첫 회담인 만큼 과거사 같은 민감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정치인으로서 강경보수 행보를 보여왔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고 독도 문제에 대한 강성 우파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일 간 관계 개선의 흐름이 뒤집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급히 일본을 방문해 한일 관계를 조율하기도 했다. 다행히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래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안정적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회견에선 “한국 김과 화장품,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일 간에는 과거사 등 미해결 과제가 쌓여 있지만 경제 안보 등 실질적 협력의 필요성은 크다. 북-중-러 밀착과 북핵 고도화 등 동북아 정세가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인 데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던진 도전 과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직후 ‘안보 3문서’ 개정을 통해 방위비 상향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그 역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한미일의 전임 정상들이 이룩한 ‘캠프데이비드 3각 협력’ 체제의 동력은 크게 약화됐다. 동맹과도 거래적 손익계산부터 하는 트럼프 대통령인 탓에 한일 양국은 때론 경쟁하면서도 미국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 사안에는 힘을 모아야 한다. 그 바탕엔 양국 관계가 뒷걸음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미래 협력의 비전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아가는 양측의 차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