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도 위고비 살 수 있습니다. 처방전, 신분증 필요 없습니다.”
23일 기자가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해 “미성년자도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판매자는 1분도 안 돼 “가능하다”며 절차를 안내했다. “처음 복용하는 17세 학생은 5mg을 추천한다”는 답변까지 돌아왔다. 고도비만 치료제이자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전문의약품을 미성년자에게 아무런 검증 없이 권장한 것이다.
이날 취재팀이 해외 직구 사이트와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본 결과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가 처방전 없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e메일과 주소만 입력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고, 결제는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대신 할 수 있었다. 일부 채널은 “부모 동의는 필요 없다”며 “오전 9시 전 결제 시 당일 배송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구매자 신분 확인 절차는 어디에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메스꺼움,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에 취약한 미성년자에게 심각한 건강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에 대해 “만 18세 미만의 안전성,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고시하고 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비만 치료제에 의존하면 요요로 고도비만이나 골다공증까지 겪을 수 있다”며 “불법 판매 단속과 함께 청소년 외모 강박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