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 EU마저 재검토 나섰는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 등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국내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국제 사회에서 탈(脫)탄소 논의를 주도해온 유럽연합(EU)은 2035년으로 잡아놓은 내연차 판매금지 시점을 오히려 미룰 채비를 하고 있다.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으로선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해 환경규제의 과속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가 내연차 판매 제한을 검토하는 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맞추기 위해서다. NDC는 각국이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일지 5년 마다 정하는 목표치로, 올해 11월에 2035년 목표를 정해 발표해야 한다. 정부는 배출량이 가장 높았던 2018년 대비 각각 48%, 53%, 61%, 65%를 감축하는 4개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2030년까지 40% 감축’ 목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그보다 더 힘든 목표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특히 60% 이상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경우 EU와 같은 내연차 판매금지 조치 없인 달성할 수 없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내연기관 차를 지금의 2배 속도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의 경우 2040년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2045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내연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게 목표다. 정부가 배출량 감축 목표를 높게 잡는다면 국내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시기가 5년 앞당겨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작 EU는 이 목표를 늦출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 및 관련 일자리 위축, 전기차 배터리의 과도한 아시아 의존,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현실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무공해 신차만 판매를 허용할 계획인데, 급속한 친환경차 전환에 반대하며 다음달부터 전기차 보조금까지 끊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한국은 전(全)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당면한 경제 현실과 국제적 환경규제 기조의 변화를 무시해선 안 된다. 지금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일본, EU보다 10%포인트 높은 대미 관세를 감당하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상론에 치우쳐 지나치게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내연차 퇴출을 서두르는 건 우리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