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대선 후보로 11일 등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후보의 후보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내세우려했지만 10일 치러진 전당원 투표에서 대선 후보를 강제교체가 부결되면서다. 당 내에서 ‘제2의 비상계엄사태’라는 비판이 나온 전대미문의 당 대선 후보 지위 박탈 및 교체 시도가 당원들에게 가로 막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자동응답(ARS) 조사를 벌인 끝에 오후 11시17분경 심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의 자격 회복을 의결했다. 신동욱 당 수석대변인은 “근소한 차이로 (후보 교체 안건은) 부결됐다”고 밝혔다. 전날 비대위를 열고 공표 금지 대상인 당 주도 자체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김 후보의 지위를 박탈했던 국민의힘은 결국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지위를 회복시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지만 당원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대선 후보 등록을 마무리했다. 김 후보는 “제가 반드시 당선돼 대한민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등록 뒤 김 후보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한 전 총리와 만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지만 한 전 총리는 “조금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즉각 수용하진 않았다. 김 후보는 대선 실무를 총괄할 당 사무총장에 4선 박대출 의원을 지명했다.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극심한 대립을 겪은 이양수 전 사무총장부터 경질한 것이다.
김 후보는 오후에는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아 “경선 과정에서 말과 행동이 상처로 남기도 했다”며 “품지 못했던 점 이 자리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우여곡절은 모두 잊고, 김 후보를 중심으로 우리가 똘똘 뭉쳐서 정권 창출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전례없는 반민주적 폭거”, “심야의 정치 쿠데타”라는 비판과 함께 권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총 사퇴를 요구가 나왔다. 더불이민주당은 “한때 집권당이었던 국민의힘,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 이렇게 엉망인데 그 과정에서 결정된 후보를 누가 신뢰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