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살려달라” 흙에 몸 절반 묻힌채 13시간 버텨

“살려달라” 흙에 몸 절반 묻힌채 13시간 버텨

Posted April. 14, 2025 07:40,   

Updated April. 14, 2025 07:40

ENGLISH
“살려달라” 흙에 몸 절반 묻힌채 13시간 버텨

(5판)“몸의 절반이 흙에 파묻히고 추가 붕괴 위험까지 있는 상황에서 잘 버텨주셨습니다.”

11일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굴착기 기사 김모 씨(28)가 12일 오전 4시 27분경 구조됐다. 지하 30m 지점에 고립된 지 13시간 만이다. 김 씨를 구조한 조병주 경기도 특수대응단 소방위(45)는 동아일보에 “내 가족이 땅이 묻혔다는 절박함으로 목숨 걸고 김 씨를 구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13분경 지반이 붕괴된 뒤 오후 5시 16분경 김 씨가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 소음과 광범위한 붕괴 면적 탓에 소방대원들은 김 씨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흙 등 토사물도 계속 쏟아지며 안전을 위협했다.

소방대원들은 김 씨의 소리와 행방에 집중했고 고립된 위치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발견 초기 구조대와 전화 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명확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친 탓에 몸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조 소방위는 오후 9시 53분경 몸에 크레인 로프를 매달고 김 씨가 매몰된 땅속으로 내려갔다. 매몰 지점 곳곳에는 철근과 H빔 구조물이 얽혀 있었고 토사물 탓에 추가 붕괴 우려도 컸다. 크레인으로 200kg이 넘는 상판 5, 6개를 하나씩 들어 올리는 동시에 삽과 호미로 조심스럽게 전선을 자르며 김 씨를 향해 접근했다.

이내 소방대원들의 눈에 구조물 틈새로 김 씨가 쓴 하얀색 헬멧이 보였다. 대원들이 발견했을 당시 김 씨는 쪼그린 자세로 하체가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김 씨의 복부 등을 짓누른 철골 구조물을 갑자기 들어 올리면 쇼크가 올 위험이 있어 천천히 구조물을 제거했다. 조 소방위는 “당시 김 씨가 탈수 증상을 보였지만 의식은 있었다”며 “의식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몇 살이냐, 어디 사느냐, 여자친구가 있느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12일 오전 1시 26분경 고립된 김 씨에게 수액을 넣고 담요를 덮어 줬으며, 초콜릿 우유를 챙겨 주면서 체온 저하와 저혈당을 막았다. 대원들은 김 씨 하반신에 있던 토사와 철골구조물을 마지막으로 제거한 뒤 오전 4시 27분경 크레인을 타고 구조했다. 김 씨는 다발성 압박손상과 쇄골 골절, 탈수 증상 등으로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추가 붕괴 우려로 잠시 중단했던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 수색 작업도 13일 오후 2시 10분 재개했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 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광명=이경진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