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계륵이 되어 버린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계륵이 되어 버린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Posted February. 14, 2025 07:36,   

Updated February. 14, 2025 07:36


“저렴한 돌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직후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이 근무지를 이탈했을 때 전문가들이 한 지적이다. 5개월이 지났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함께 시행한 시범 사업이 종료일을 2주 남긴 가운데 역시나 예상했던 비용 상승이 예고되면서 사업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애초에 ‘높은 돌봄 비용이 저출산의 큰 원인’이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을 추진할 때부터 이 사업의 초점이 비용에 맞춰져선 안 된다고 봤다. 돌봄 비용이 높다면 그건 부모들이 장시간 근로해서 돌봄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지, 가사관리사 인건비가 높기 때문은 아니었다. 실상 국내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을 비롯한 처우는 열악하다. ‘저렴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국내 가사관리사들의 처우를 더 열악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정부는 맞벌이 가정의 근로 시간을 줄이고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 근로를 확대하는 노동 개혁에는 손을 못 대고 돌연 외국에서 저렴한 돌봄을 들여오겠다고 나섰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준다는, 국제적 노동 상식을 뛰어넘는 계획까지 내세웠다. 결국 정부의 야심찬(?) 초안이 실현되지 못했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4대 보험을 더한 1만3940원으로 국내 공공 아이돌보미나 민간 가사관리사에 비해서는 저렴하게 책정됐다.

문제는 이제 이마저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상 입국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근로자가 되고 퇴직금을 받을 자격이 생겨 급여가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의 부담액은 공공 아이돌보미보다 9.2% 저렴할 뿐이다. 금액 상승 정도에 따라 이용자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고용부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수요 조사에 따르면 시범 사업 중인 서울시를 제외하고 가사관리사를 이용하겠다는 사람은 지자체별로 20명이 채 안 됐다.

서울시는 기존 가사관리사 지원 제도를 통해 지원에 나서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섰다. 시에 따르면 초기 이탈한 2명을 제외한 98명의 가사관리사가 185개 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고용부는 시범 사업 연장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언제까지 사업이 시범 상태일 순 없다. 비용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었기에 정부가 약속한 저렴한 돌봄을 유지하려면 6개월여 시범 사업 기간 인상을 보전할 재원을 찾아야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이제라도 재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까지,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는다. 여러 반대를 뚫고 정책을 전격 도입한 정부 입장에서 제도를 접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 이용 가정과 가사관리사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를 믿고 가사관리사를 들인 185개 가정의 입장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계륵이 된 이 사업은 애초 저렴한 돌봄을 들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으로 시작됐다. 이제 정부는 기로에 섰다. 저렴한 돌봄을 일부분 포기할 것인지, 일단 땜질이라도 저렴한 돌봄을 유지할 것인지. 확실한 건 후자는 장기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지원금으로 사업을 회생시키더라도 정부는 이참에 장기적인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저렴한 돌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