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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기적

Posted February. 05, 2025 07:46,   

Updated February. 05, 202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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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밀 얘기 하나 해줄까? 우리가 만난 건 기적이야.” 서유민 감독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정아(원진아)는 유준(도경수)의 귀에 그렇게 속삭인다. 그건 이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나누는 평범한 농담처럼 들린다. 실제로 ‘기적’이라는 말은 관용어처럼 쓰일 정도로 일상이 됐다.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는 조금만 예상 밖의 일에도 이 단어를 쓰지 않던가. 그만큼 실제 기적 같은 일은 좀체 벌어지지 않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저 농담처럼 쓱 지나가버린 이 대사 속 ‘기적’이라는 말은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관객들에게는 묵직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그건 진짜 기적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그 장벽을 뛰어넘어 결국은 만나게 되는 ‘기적’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아가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 뒤늦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된 관객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008년 제작된 동명의 대만 영화가 원작이다. 톱스타 저우제룬(周傑倫)이 감독하고 연기해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역시 국내에서 리메이크됐던 ‘상견니’ ‘청설’ 같은 대만 멜로에 열광하는 팬들이라면 반색할 만한 작품이다. 풋풋한 청춘들의 가슴 설레는 로맨스에, 피아노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그리고 기적 같은 판타지가 더해져 극적이고 색다른 로맨스를 그려낸다.

청춘 남녀의 판타지 로맨스를 빌려 이 작품은 이 순간 함께하고 있는 누군가와의 매일이 사실은 기적 같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너무 일상적이라 소중함을 잊고 있던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넘쳐난다. 올해는 더 많은 기적 같은 만남들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기를.

“우리가 만난 건 기적이야.”

―서유민 ‘말할 수 없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