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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전유물을 거부한다”… 댓글놀이에 빠진 중년들

“밀레니얼 세대 전유물을 거부한다”… 댓글놀이에 빠진 중년들

Posted January. 18, 2021 07:50,   

Updated January. 18, 20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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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돌잡이 때 그거 잡았다면서? 내 마음.”

 “당신, 유모차지? 나를 애태우잖아.”

 유튜브 영상이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이런 식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치 있는 말장난을 통해 실소를 짓게 하는 이른바 ‘댓글 놀이’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댓글 놀이에 최근 중년층들이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년층 또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즐기게 된 것이다.

 중년층은 밀레니얼 세대처럼 언어유희를 즐기기보다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댓글에 임한다. 중년층 댓글의 특징은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가 많고 문장부호를 많이 쓴다는 것.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하오’체를 사용하거나 휴대전화 키패드에 익숙하지 않아 이중모음을 틀리게 쓰거나 띄어쓰기가 안 된 댓글들도 있다. 한 트로트 영상에 올라온 “윽.노래소리에기절.왜계에서왔습니까.좋은노래많이불러줘서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행복한아침” 같은 댓글이 대표적이다.

 중년층의 댓글이 많이 보이는 곳은 주로 트로트, 주식, 경제, 아기 관련 영상이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는 노후 파산에 대한 영상에 달린 댓글만 900개가 넘는다. 특히 자신을 5060세대라고 밝힌 댓글이 많다.

 중년층 댓글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소통을 원하거나 이용자들끼리 응원을 보내는 글이 많다는 점이다. 한 경제 채널에 올라온 “얼굴이라도 알면 마주쳤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련만.,다들 힘내소^^!” 같은 댓글이 이런 유형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유튜브 경제 채널을 여러 개 구독한다는 윤모 씨(53·여)는 “제 댓글에 좋아요가 눌리거나 답글이 달리면 공감 받는 것 같아 신이 난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신세대는 과거에 유행했던 문체를 재미 삼아 댓글놀이에 재활용하고 있고, 이에 익숙함을 느끼는 동시에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중년들이 댓글에 가세하면서 전 세대로 댓글 놀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