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ebruary. 26, 2016 07:24,
Updated February. 26, 2016 07:50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60억 원)의 절반도 안 되는 25억 원으로 제작된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과 톱스타 강동원 황정민이 나온 ‘검사외전’을 제치고 흥행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24일 15만4728명을 모아 1위에 올랐다. ‘귀향’의 제작사는 25일 “예매율이 27%로 1위이고 좌석점유율도 42.5%로 높아 향후 흥행 전망도 밝다”고 밝혔다. 영화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일본군 위안부 증언이 나온 직후를 배경으로 위안부 피해자인 영옥(손숙)의 회상과 치유를 담았다.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영화를 본 관객 송대훈 씨(44·경기 파주시)는 “불편한 역사이지만 그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극장에 갔다. 영화적으로도 완성도가 뛰어나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조조로 봤다.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같은 누리꾼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귀향’이 ‘소리굽쇠’(2015년) ‘마지막 위안부’(2014년) 등 이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에 비해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갖춰 흥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귀향’은 작은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스크린 512개로 개봉했다. 이 역시 관객이 이끌어낸 결과다. 한 극장 체인 관계자는 “개봉 전부터 예매율이 상위권에 오르고 관련 댓글이 쏟아지는 등 관객 반응이 뜨거웠다는 점을 고려해 좀 더 많은 스크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 때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뒤 영화를 구상했다. 2014년 10월 촬영을 시작했지만 제작비가 부족해 촬영이 중단됐다. 같은 해 12월 1차 맛보기 영상이 공개된 뒤 모금이 쇄도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시민 총 7만5270명이 참여해 제작비의 절반인 약 12억 원을 모았다. 손숙 씨를 포함해 배우 대부분이 출연료 없이 참여했고, 특히 재일교포 배우들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 표 값까지 부담해 가며 참여했다.
조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 모두의 희생이 만들어낸 기적”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조차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 영화가 문화적 증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