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슈퍼 문이 떴던 추석 연휴가 지나고 다시 일상이다. 칼로리 생각 안 하고 명절 기분에 송편을 덥석덥석 먹다 늘어난 체중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명절은 꿈도 못 꾸고 지낸 이들도 있을 터다. 그래도 슈퍼 문을 바라보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 이들이 동북아 전역에 많았으리라. 한국의 추석과 중국의 중추절()은 같은 성격의 명절이다. 일본에선 양력 8월 15일이 추석 격인 오본()이지만 음력 8월 15일에도 중추명월()을 감상하는 완월() 풍속이 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나눠 먹는 음식은 한중일이 다르다. 쌀가루를 빚어 솔잎과 함께 찐 한국의 송편은 반달 모양이다. 반면 중국의 월병()과 일본의 스키미단고()는 보름달처럼 둥근 형태다. 월병을 영어로는 moon cake라 하는데 서양 케이크의 기원도 달이나 태양처럼 둥글게 만든 고대의 제사 음식이다. 송편은 한자로는 송병()이라고 한다. 소나무 떡이라는 뜻이니 모양도, 이름도 둥근 달을 연상시키지는 않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의자왕 때 궁궐에서 파낸 거북이 등에 백제는 만월()이고 신라는 반월()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점쟁이는 이를 백제가 기울고 신라는 융성할 것으로 해석해 신라에서는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가위 뿌리가 신라의 가배()이니 송편의 유래에 수긍이 간다. 다만 조선시대에도 모화()에 젖어 송편을 중국 월병에 견주지 못하고 중국 단오에 먹는 쭝쯔(종)에 비겼다니 송편에 담긴 국력의 의미를 곰씹어보게 된다.
삼포세대는 명절이 괴로웠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가족행사에서 집안의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언제 하나 직장은 잡았느냐 같은 질문은 금기어가 됐다. 그렇지만 질문이 없더라도 궁금증이 담겨 있는 눈빛을 숨길 수는 없다. 삼포세대가 좌절하지 말고 지금 아쉬운 것들을 채워 나가 만월처럼 풍성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반달 모양 송편에는 보름달이라는 미래 기대가 담겨 있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