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10여 명 사망한 돌고래호 사고, 해경은 뭐 했나

10여 명 사망한 돌고래호 사고, 해경은 뭐 했나

Posted September. 07, 2015 00:45,   

5일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돌고래호 전복 사고는 세월호 참사 후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낚시꾼 20여명을 태우고 5일 오후 7시경 추자도에서 해남을 향해 출항한 돌고래호의 사고 과정 자체가 지난해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과 판박이다. 탑승자 명단에는 22명이라고 돼 있지만 승선 신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정확히 몇 명이 탑승했는지조차 모른다. 생존자 1명은 명단에 없었고 명단에 있는 사람 중 4명은 실제로 탑승하지 않았다.

정부는 세월호 이후 국가 개조를 부르짖으며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후 해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안전처가 존재하는지 국민은 전혀 체감할 수 없다. 해경은 밤새 아무도 구하지 못했고 6일 오전 6시25분 경 3명의 생존자를 구한 것은 이번에도 해경이 아닌 어선이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출항 직후 쾅 하는 소리가 나고 배가 뒤집히자 선장은 버튼만 누르면 해경에 바로 연락된다. 해경이 곧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돌고래호처럼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달린 배에는 긴급 조난버튼이 있다. 그런데 같이 출항한 돌고래 1호가 직접 신고를 할 때까지 왜 해경이 몰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돌고래호에선 5일 오후 7시40분 경 사고 직후 통신이 끊겼는데 해경에 신고가 들어간 것은 왜 1시간 20분도 더 지난 오후 9시3분이었다.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낚시 어선은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안전성 확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2008년부터 낚싯배 영업을 한 돌고래호는 7년 간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세월호가 불법으로 선박 개조를 하고 평형수를 줄여 사고에 취약했던 것과 유사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의 안전 규정이 강화됐다지만 낚싯배는 여기서 제외됐다. 지난달 해양수산부 국민안전처 선박안전기술공단이 휴가철 해양 안전점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했고 전남도도 낚싯배 일제 점검을 했는데 시늉만 했다는 얘기다.

국민들의 안전의식도 나아지지 않았다. 탑승자들 대부분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비를 맞아 구명조끼가 축축해져 다들 벗었다고 한다. 돌고래1호 선장은 기상이 악화되자 회항하면서 돌고래호 선장에게도 회항을 권했지만 돌고래호는 끝내 출항해 사고를 당했다. 해양 경찰은 수많은 낚싯배를 일일이 점검하기 힘들다고 민간에 떠넘기고, 선주들은 성수기 돈벌이에 급급해 탑승자 안전은 뒷전이었다. 얼마나 더 큰 희생이 이어져야 정부나 민간이나 정신을 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