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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통제가 만든 중국 톈진의 화학물질 괴담

무지와 통제가 만든 중국 톈진의 화학물질 괴담

Posted August. 18, 2015 00:49,   

12일 발생한 중국 텐진 항 물류창고 폭발사고는 화학물질 관리소홀이 빚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사망 실종자가 200명을 넘고 위중한 부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반 자재나 화물을 쌓아두는 장소가 유독 화학물질 창고로 불법용도 변경됐고 화학물질 주변에는 있어서는 안 될 주거지역, 고속도로, 철도가 주변에 위치해 있다. 소방대원은 창고 안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물을 뿌리다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가장 큰 걱정은 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안화나트륨 700t이 폭발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청산소다로 불리는 시안화나트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포로학살에 사용한 독가스 성분이다. 시안화나트륨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 정부는 사고 현장에 생화학부대 200여명을 투입하고 주변 3km내 주민 6300여명을 대피시키는 대응에 나섰지만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와 웨이신 등에는 사망자가 최소한 1000명에 이른다 상점들이 약탈당했다 독극물이 바람을 타고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같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괴담을 유포한 SNS계정 360개를 폐쇄하거나 정지시켰지만 괴담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텐진 사고를 계기로 괴담 형태로 표출하는 인상이다.

중국의 언론통제가 괴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콘크리트 방벽까지 쌓으며 유독 물질이 상수도와 바다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사투를 벌이면서 사고현장 취재를 통제하고 있다. 괴담은 한국으로 넘어와 주중 미국대사관발로 시안화나트륨에 오염된 비를 맞지 말라는 메시지가 유포되고 있다.

시안화나트륨은 폭발 당시 연소됐고 공기보다 무거워 기류를 타고 이동할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 건설 중인 31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28기가 동부 연안에 몰려 있다.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한반도가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웃나라의 이런 우려를 직시해 안전사고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사고에서 보듯 한국도 화학물질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텐진 사고 수급과 괴담으로 이중의 사투를 벌이는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도 화학물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