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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늪을 파는 부모들

Posted August. 13, 201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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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어라. 엄마는 아들을 불렀다. 아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스마트폰 게임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독촉이 이어졌다. 짜증나네. 아들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엄마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아들의 뺨을 때렸다. 아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게임을 즐기던 그 스마트폰으로 엄마를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결과 엄마는 음주폭행 전과가 있었고 아들을 때렸던 아침에도 전날 마신 술기운이 남아있었다. 지난주 수원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의 알코올 의존증 만큼이나 걱정이 된 건 아들의 스마트폰 중독이었다. 오전 8시 스마트폰 게임에 파묻혀 있는 초등학교 3학년생의 두뇌에는 식사하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술 냄새 풍기는 엄마의 목소리는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된 자신의 세계를 침범하는 짜증나는 대상일 뿐이다. 게다가 손찌검까지 했으니 경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홧김에 신고해야 할 현행범이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알코올 의존증과 경찰 신고라는 두 가지 팩트를 빼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닥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남는다. 일상에서 너무 쉽게, 자주 관찰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6명 가운데 한 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루거나 밥을 먹지 못하고 불안과 초조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이다.

부모도 이런 중독의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자녀의 손에 들려준 스마트폰을 다시 뺏는 건 전투에 가깝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예방센터에는 전투에서 패배한 부모들의 상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체로 이렇다. 딸이 스마트폰 채팅에 너무 빠져서 요금제를 끊었더니 가출하겠다고 협박한다. 스마트폰을 뺏으면 아이가 급우들과 단체 채팅을 못해 사이버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부모들은 중독의 늪에서 자식을 빼내올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자녀를 스마트폰 중독자로 이끄는 건 사실 부모들이다. 당장 식당에만 가도 알 수 있다. 부모에게 스마트폰은 울거나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최고의 수단이다. 아이들은 수다를 떠는 부모들 곁에 얌전히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한다. 어른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손님에게 폐도 끼치지 않는다. 자녀가 스마트폰의 즉각적 응답체계에 순응해가는 걸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황당한 부모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파놓은 중독의 늪에 빠져들어 간다.

미디어중독예방센터 상담사들은 뇌가 발달하는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에 빠져들수록 중독의 폐해도 크다고 말한다. 만으로 아홉 살짜리 아들에게 고발당한 수원 사건의 엄마는 어쩌면 이런 원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