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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기 강요해 원금의 37배 뜯기도

Posted December. 19, 2012 07:55,   

대부업자 A 씨(30)는 강원 삼척시 도계읍의 숨은 폭군이었다. 이 마을에서 그에게 돈을 빌린 채무자만 도계읍 인구(1만3000여 명)의 2%에 달하는 250여 명. 2008년 3000만 원으로 사채업을 시작한 A 씨는 영세상인들에게 높은 이자를 적용하면서 몇 년 만에 건물 3채를 보유한 부자가 됐다. 그는 돈을 갚지 않은 채무자들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차량에 감금하는 불법을 저질렀지만 피해 주민들은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언한 올해 5월 A 씨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그의 행각을 제보하면서 A 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영세상인 179명에게 연이율 60400%의 고리를 적용해 30억 원을 빌려준 뒤 채무자들에게 25억 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올해 8월 충남 홍성경찰서에 붙잡힌 B 씨(30)는 최고 3700%가 넘는 폭리를 취하다 적발된 사례다. 그는 2009년 8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식당 주인, 노래방 업주 등 영세업자 82명에게 최고 3704%의 고리를 적용해 2억7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선이자를 떼고 기한 내에 채무자가 이자를 갚지 못하면 다시 연이어 돈을 빌려주는 속칭 꺾기 방식으로 막대한 이자율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세 서민들에게 막대한 고금리 이자를 적용하고 불법을 일삼던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한 현장보고회를 열고 불법 사금융 척결 대책을 추진한 결과 4월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불법 대부업자 1만여 명을 검거하고 2800억 원가량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또 8만6000여 건의 상담 및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센터에 접수된 2만5000여 건을 크게 초과한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불법 사금융 척결에 의지를 보이면서 돈을 갚지 못해 죄인 취급을 받던 채무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제를 요청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에는 서민금융기관도 힘을 모았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K 씨(56)는 2009년 자녀의 결혼 때문에 대부업체 3곳에서 연이율 44%로 총 1000만 원을 빌렸다. 하지만 월급 120만 원의 K 씨로서는 이자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려워 고통을 겪어왔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희망을 가져다줬다. 연이율 11%의 낮은 이율이 적용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바꿔드림론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는 4월 이 상품을 이용해 기존 대출을 정리했다. 캠코는 K 씨와 같은 금융지원 희망자들에게 낮은 이자로 바꿔주는 전환대출인 바꿔드림론을 확대 시행해 2208명에게 180억 원을 지원했다.

한편 정부는 세계 경제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내년에도 불법 사금융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김 총리는 불법 사금융 범죄는 일시적 단속이나 처벌만으로 뿌리 뽑기 어렵다며 내년에도 불법 사금융 척결 대책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