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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평도 공격 징후 놓치고, 자주포는 논밭에 박혔다

[사설] 연평도 공격 징후 놓치고, 자주포는 논밭에 박혔다

Posted December. 03, 20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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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측이 서해 5도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을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파악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상시적으로 그런 언동을 하기 때문에 서해북방한계선(NLL) 남측을 공격하려는 정도로 판단했지, 민간인에 대한 포격을 할 것으로는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도발징후를 파악했지만 설마 했다는 얘기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계획에 대해 북측이 해안포 부대에 대응사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첩보를 입수한 것이라고 설명해 북의 첩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군()은 도발 이틀전에도 북한군 4군단이 예하 122mm 방사포 1개 대대를 황해도 강령군 개머리 포 진지에 이동배치하고, 도발 당일에도 북한이 방사포를 이동하고 있었음에도 상황을 감지하지 못했다. 군과 정보당국의 판단능력과 경계의식이 이런 수준이라면 국민은 누굴 믿고 안심하란 말인가. 불과 8개월 전 천안함 폭침 때도 군은 어뢰공격 15시간 전에 북한의 잠수정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지만,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반복된 정보의 실패, 경계의 실패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1일 정보위에서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연평도에서 우리 군이 응사한 K-9 80발 가운데 탄착점이 확인된 것은 45발이다.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탄착점이 확인된 45발에 대해서도 14발의 사진을 확인한 결과 북한 포를 명중한 것은 한 발도 없고, 14발 모두 주변 논과 밭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북의 1차 포격시 대포병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자주포병들은 평소 좌표를 입력해놓은 대로 쏠 수 밖에 없었고, 급박한 상황속에 정확한 표적을 잡기 어려웠다. 정보경계의 실패가 작전 실패로 이어진 셈이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설문조사에서 강력한 제재 압박으로 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답변(57.0%)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대북특사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38.7%)보다 월등히 많았다. 북한의 30,40배에 이르는 경제력을 갖고도 북의 군사적 공격 앞에 쩔쩔매는 수모에서 벗어나려면 대통령과 군의 단호하고 결연한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