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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같아 무서웠지만 알고보니 농담도 잘해

군인 같아 무서웠지만 알고보니 농담도 잘해

Posted October. 12, 20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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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날 땐 군인 같았지만 알고 지내면 위트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10일 오후 11시경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장로회신학대 주선애 명예교수(86여사진)는 황 전 비서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1924년 생으로 황 전 비서보다 한 살 적은 주 교수는 고향이 평양으로 황 전 비서와 동향이다. 2002년 처음 만난 이후 같은 시기 같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동질감에 서로 빨리 친해진 것 같다고 주 교수는 전했다.

주 교수는 황 전 비서와 매일 오전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부음을 접한) 10일에도 오전 8시 반경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다른 일이 바빠 바로 확인하지 않았는데 돌아가셨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일어나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일 오전 8시반경 잠에서 완전히 깬 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황 씨를) 처음 만났을 땐 무서웠다고 2002년 당시를 떠올렸다. 주변을 의식한 탓에 낯선 사람과는 인사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황 전 비서에게 매일 오전 전화를 걸고 자주 만나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주 교수와는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황 전 비서는 보안 문제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 많은 부담을 느꼈지만 경기 양평은 3, 4회 정도 나들이를 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주 교수는 황 전 비서는 밥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으며 특히 닭고기를 좋아했다며 이번 달에도 양평에 있는 안식관(개신교 여전도사 양로원)에 가서 토종닭 요리를 먹기로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고 말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원주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