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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험난한 중국인 노벨평화상

Posted October. 04, 20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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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는 이란 정부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2003년 에바디가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이란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이란 및 이슬람 세계의 인권 신장과 민주화 투쟁을 격려하기 위해 평화상을 준 것을 뻔히 알면서 수상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이란인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국가적 경사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이란은 소극적 환영과 지속적 탄압으로 맞섰다. 정부 대변인을 내세워 이슬람 공화국 정부의 이름으로 에바디의 수상을 환영하고 시상식 뒤 귀국하는 에바디를 위해 5000여 명이 공항에서 벌인 환영 행사도 허용했다. 짧은 환영 뒤 이란은 반체제 인사 에바디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지난해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증서와 메달을 몰수했다. 정부의 탄압이 심해지자 에바디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더 열정적으로 조국의 민주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투사로 활동하고 있다.

8일 발표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인사 류샤오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류는 2008년 중국의 진보적인 학자 변호사 저술가들과 함께 공산당 일당독재() 폐지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08헌장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류가 상을 받게 된다면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여러 모로 중국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의 또 다른 반체제인사들인 웨이징성과 후자도 지난해에 이어 노벨평화상 후보 명단에 올랐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류의 수상을 방해하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발을 지원하는 노르웨이 노벨연구소의 예이르 루네스타 소장은 최근 중국 외교부 부부장으로부터 (반체제인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비우호적인 행위로 간주돼 노르웨이와 중국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외국과 갈등이 생기면 보복을 하거나 협박하는 중국식 외교가 노벨상까지 흔들고 있다.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노벨평화상의 위상은 날개도 없이 추락할 것이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