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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문화 콘텐츠 만들어 파는 스마트폰 혁명

누구든 문화 콘텐츠 만들어 파는 스마트폰 혁명

Posted January. 07, 20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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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초 애플의 휴대전화 아이폰을 구입한 홍보대행사 임원 김종래 씨의 일상은 아이폰 사용 한 달 만에 크게 달라졌다.

업무의 특성상 국내외 뉴스를 많이 봐야 하는 그는 아이폰 덕분에 사무실에서 신문 보는 시간을 줄였다. 아이폰으로 웬만한 뉴스를 볼 수 있어 출근길을 포함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문화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퇴근길에는 아이폰용 콘텐츠를 판매하는 아이튠스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음악을 듣거나 아이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해 동영상을 감상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 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tvU라는 소프트웨어를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 각국의 TV방송을 비교하며 보는 데 재미를 붙였다. 김 씨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하려면 MP3 플레이어와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별도로 들고 다녀야 해서 번거로웠는데 이제 휴대전화 하나로 다 해결되니까 예전보다 더 많이 듣고 보게 된다고 말했다.

20만 대가량 팔린 아이폰을 선두로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문화 콘텐츠의 소비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김 씨처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무선인터넷을 활용해 책이나 음악, 영상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 소비 패턴의 변화는 생산과 유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출판유통업체 북센은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모비북 사이트를 5일 열었다. 문예출판사는 지난해 12월 초 세계문학전집 세트를 아이폰 전용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를 통해 내놓았다. 음원 제공업체인 소리바다는 지난해 12월 22일 아이폰으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를 앱스토어에 올려 하루 수천 건의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네오위즈벅스는 아이폰 전용 영화 내려받기 서비스를 내놓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의 생산과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이 직접 세계 문화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애플이 아이튠스를 종합 미디어 플랫폼으로 전환해 인터넷 TV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억 명에 이르는 아이튠스의 가입자를 배경으로 시장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를 최근 출간한 김중태 IT문화원 원장은 스마트폰으로 인한 문화콘텐츠 시장의 전쟁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서 휴대전화 전용 소설을 쓰는 작가 군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터넷 소설에 비해 반응이 더 빨리 이뤄지기 때문에 실시간 교감을 토대로 소설 연재 속도가 빨라지고 작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 김 원장은 미국에선 음반사를 통하지 않고 아이튠스에 직접 곡을 올리면서 데뷔하는 가수들이 늘고 있다며 많은 콘텐츠가 창작자에게서 소비자로 직접 전달되는 오픈 마켓이 활성화됨으로써 콘텐츠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변화가 어떤 속도와 양상으로 이뤄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이폰이 나오자마자 구입한 출판사 대표 박모 씨는 아이폰 예찬론자이지만 한편으론 고민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매체인 출판사들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디지털 감성을 맞추지 못할 경우 출판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도태될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차원의 전쟁터가 열리고 있는 지금은 그런 점에서 위기이면서 기회고, 기회면서 위기다라고 말했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