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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명 고용창출 탕정벽해 vs 갈매기 아빠 - 통근족 도시

3만명 고용창출 탕정벽해 vs 갈매기 아빠 - 통근족 도시

Posted November. 17, 20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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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충남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트라팰리스. 인근의 허허벌판과 어울리지 않게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삼성전자가 탕정사업장 임직원 전용으로 지은 아파트다. 가족들은 서울에 있고 혼자 머무는 이른바 갈매기 아빠들이 삼삼오오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나름대로 자족할 수 있는 도시이긴 하지만 가족이 살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특히 교육 여건이 안 좋아 가족은 서울에 두고 주말에만 상봉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3일 오전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앞에 통근버스 50여 대가 줄지어 도착했다. 삼성전자 직원 수백 명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용인 등에서 온 버스다. 이들은 출근하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장거리 통근족이다. KTX나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충남 탕정은 기업도시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조성 초기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원래 계획이 축소되면서 갈매기 아빠와 장거리 통근족의 도시가 됐다.

시민단체 반발로 무산된 삼성기업도시

탕정은 기업(삼성전자)이 자발적으로 들어와 기반 시설을 만든 진정한 의미의 기업도시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추진하고 기업을 끌어들이는 일반적인 기업도시와 개념이 다르다. 이런 곳인데도 장거리 통근족과 갈매기 아빠들이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삼성전자는 탕정에 자족도시 개념의 삼성 기업도시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천안 아산에 액정표시장치(LCD) 5, 6세대 생산라인이 있는 등 연관 사업이 있고, 물류 동선이 좋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초 계획은 사원용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를 짓고, 사립학교를 포함한 초중고교 9개, 공원, 녹지 시설, 각종 상업지구가 들어선 신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아산YMCA 등 지역 시민단체가 삼성공단 반대투쟁위원회를 꾸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특정 기업에 개발 이익이 넘어가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특혜 소지가 있다며 2단지 323만9000여 m(98만 평)의 용지를 211만5000여 m(64만 평)로 대폭 축소한 채 산업단지로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자족 도시는 절반의 성공

트라팰리스에는 현재 2225가구가 입주해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만을 대상으로 분양하되 5년간 전매 금지라는 단서가 따라붙었다. 단지 내에는 수영장과 사우나, 노래방 등의 시설이 있지만 단지 밖은 허허벌판이다.

교육 여건도 불충분하다. 학교는 충남외국어고와 탕정중, 탕정초교 3개뿐이다. 학원도 부족해 인근 천안으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백화점이나 극장 등 여가 시설도 충분하지 않아 남편을 따라 탕정에 온 주부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 주민은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동네 의원도 없어서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종합병원은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천안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2008년을 기준으로 직간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3만2000명으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199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이 지역 내에서 소비한 금액은 9941억 원으로 지역 내 소비율이 44.5%에 이른다.

실제로 공장 근처에 식당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20여 곳으로 늘었다. 인근에서 토장복국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하종률 씨는 1979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탕정 사업단지가 가동된 뒤 매출이 30%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택시 운전사들도 함박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