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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치는 약속제동친이 지금 자존심 싸움 할땐가

박근혜정치는 약속제동친이 지금 자존심 싸움 할땐가

Posted November. 02, 20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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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정부안 보고 결정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동안 세종시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을 피해왔다. 1028 재보궐보선 직전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여러 차례 세종시 원안 고수가 당론이라고 강조했을 뿐이다. 조해진 대변인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서 대안을 내놓으면 내용을 충분히 살펴 어떤 것이 충청 지역과 국가 발전에 유리한지 당내 의견을 모아나갈 것이라며 세종시 문제는 정부안을 먼저 보자는 것이 대체적인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2일 비공개 조찬 회동이 주목된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오프닝을 공개하지 않고 바로 비공개 회동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조 대변인은 (세종시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인데 비켜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 대표가 당의 의사를 종합해서 의견을 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시 원안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던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임동규 의원은 1일 세종시법안은 2005년 3월에 의총에서도 부결됐지만 당시 당 지도부가 사학법 등 다른 법안과 엮어서 여당과 합의했던 사안이라며 이명박 대통령도 대운하 공약으로 500만표차로 당선됐지만 그 공약을 지금 추진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박 전 대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차명진 의원도 지금은 추상적인 안을 갖고 계파 간에 자존심 싸움을 하듯이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라 정부가 마련한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국민에게 선택을 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여권에서 조율되지 않고 불거지면 결국 원안이냐, 수정이냐는 논란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수정론 쪽의 입지가 불리해 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친박계 국민과의 약속 지켜야

친박계 의원들은 정 총리와 친이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세종시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10월 재보선을 망쳤는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수십 개월을 여야간에 엄청난 고민과 논의 끝에 입법한 일인데 정 총리가 언제부터 총리가 됐느냐면서 총리가 안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생각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국민과의 약속부터 뒤집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은 두 차례 대선 패배 이후 호남과 충청권의 연대 속에서는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는 것이 어렵다는 절박감에서 세종시법이 처리됐던 것이라며 정 총리가 저간의 사정은 모르고, 세종시 문제를 기능성과 효율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충청도민이 행정부처 이전만으로 부족해서 수정 요구하면 그때 수정 절차를 밟아도 늦지 않다고 했다.

세종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 마련 없이 정 총리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한 친박계 의원은 미디어관계법과 달리 세종시 문제는 야당이 똘똘 뭉쳐있고, 여당 내 이견이 있어 현실적으로 법안 통과가 어렵지 않느냐면서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장이 삭발하고,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를 내걸면 돌파가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정 총리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인 견해를 말하는 것은 절차상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야당, 세종시 수정 불가

민주당은 지난 주 재보선 때 충북 지역 승리를 계기로 세종시 원안 추진 문제를 본격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충청권 민심이 세종시 원안 추진으로 드러난 만큼 거침없이 몰아붙이겠다는 전술로 풀이된다.

정세균 대표는 1일 오후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당 공주연기지역위원장과 부여청양지역위원장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비겁하고 당당하지 못하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지, 총리를 시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이 지역을 당황하게 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면서 앞으로 행복도시를 변질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는 그(충청) 지역 출신 총리를 기용해서 그 사람의 입과 손을 통해 세종시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비겁하고 치졸하다며 이 대통령과 정 총리를 싸잡아 비난했다.

정 대표의 이날 충남지역 방문을 동행한 안희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겠다고 덤빈다면 심각한 위기국면에 직면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원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당장 대정부질문에 앞서 4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서는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강력하게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 세종시 백지화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세종시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의원 10명을 세종 10적이라고 규정하고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자유선진당은 2일부터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대적 여론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정원수 황장석 needjung@donga.com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