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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다우뻬엘루이소오 꼬레아 한글, 아이들 등불이 되다

인다우뻬엘루이소오 꼬레아 한글, 아이들 등불이 되다

Posted August. 12, 20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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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주() 부퉁 섬 바우바우 시에 위치한 까르야바루 초등학교. 교실 벽이 푸른 섬 앞바다를 닮아 청록색이었다. 교실에서는 찌아찌아어 공부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교실 칠판에는 한글이 빼곡했다. 까아나(집) 시골라(학교) 보꾸(책).

사단법인 훈민정음학회와 바우바우 시가 지난해 7월 한글 보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 지역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토착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고유 언어는 있지만 글이 없었던 찌아찌아족은 지난달부터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A3면에 관련기사본보 7일자 2면 참조

동아일보는 한국 언론 최초로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배우고 있는 부퉁 섬 바우바우 시를 찾았다.

까르야바루 초등학교에서 부퉁 섬의 유일한 한글 교사인 아비딘 씨(33)가 읽어볼 사람?이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까, 아, 나.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는 목소리가 어색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는 한글로 된 바하사 찌아찌아(찌아찌아의 언어라는 의미) 교과서로 찌아찌아어를 배운다. 일주일에 딱 한 번 수업을 하지만 두 차례 수업 만에 아이들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다 외웠다.

메자(책상) 하고 불러주자 받아 적는 아이도 있다. 아비딘 씨는 아이들이 한글을 좋아해 한 번 수업한 뒤에 자음과 모음을 외워 오라고 했더니 일주일 만에 다 외워 오더라고 자랑했다. 한국 아이들도 한글 공부를 어려워한다고 들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한글이 좋다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 와요.

이 섬에서는 고교에도 한국어 수업이 생겼다. 그동안 고교에서는 인도네시아어와 영어 외에 아랍어를 가르쳐 왔지만 아랍어 대신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이 섬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무슬림이기 때문에 그동안 코란을 읽기 위해 아랍어를 배웠다.

까르야바루 초등학교에 다니는 술리스 양(9)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가운데 한글로 배우는 찌아찌아어와 수학이 제일 재미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술리스라는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주자 말괄량이 꼬마아이는 입도 꼭 다물고 그대로 베껴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누마 양(10)도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고 한글로 적힌 단어를 큰 소리로 따라 읽었다. 기자가 사랑합니다라고 공책에 적어 주자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또박또박 사랑합니다라고 읽었다. 반대로 한글로 적힌 찌아찌아어 단어들을 기자가 소리 내어 읽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깔깔거렸다. 아이들은 어색한 발음이지만 처음 본 한국인이 찌아찌아어를 말하는 게 신기하기만 한 것처럼 보였다.



신민기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