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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야간집회

Posted June. 12, 20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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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4월 29일 여소야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채택됐다. 1987년 민주화운동 세력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개혁입법이다. 평화적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는 불허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가 진 이후 옥외집회 금지가 여기 해당된다. 국회법률개폐특위 제3소위 김광일 위원장은 남은 문제는 민주적 평화적인 집시문화의 정착이라고 했다. 1990년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도 629선언을 이행하라는 발언에서 집시법 준수를 요구했다.

그때 법률 심의에 참여했던 한국희 전문위원은 한 단체가 두 번 이상 폭력적 집회시위를 한 전력이 있다면 사전에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10일 6월 항쟁 계승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라는 야간() 집회를 주최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화물연대 등은 수없이 폭력적 집회시위를 한 전력이 있는 단골 시위꾼들이다. 민주당은 이들과 함께 서거 정국을 이어가기 위해 9일 밤부터 1박2일 서울광장에서 돗자리 정치를 펼쳤다.

1987년 610항쟁 때 유서를 써놓고 투쟁에 나섰다는 김충조 의원(민주)은 5선의원이 소극적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서울광장에 나갔다면서도 민주당이 현재를 22년 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지금은 그때 같은 군사독재정권이 아니고(김영진 의원), 죽은 대통령을 이용하려 하는 것은 정치도 아니며(김성순 의원), 국회의원에게 광장은 국회(박지원 의원)라는 자성의 발언이 이어진다.

작년 말 그리스에서 청년 폭동이 벌어졌을 때 미국 워싱턴포스트 지는 아직도 군사정권을 무너뜨렸던 1970년대 혁명정신에 사로잡힌 듯하다고 꼬집었다. 1973년 대학생들의 민주항쟁으로 이듬해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대학생들은 물론 정치세력까지 법에 대한 불복종과 폭력시위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산실에서도 정치인이 무능하고 정당이 무기력하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22년 전 누가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을 만들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