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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8년새 5배로 국민 4% 잠재적 중독자

도박중독 8년새 5배로 국민 4% 잠재적 중독자

Posted September. 13, 20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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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32) 씨는 명절이면 고스톱을 즐겼다. 처음에는 재미로 쳤지만 계속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경마 등 판이 큰 도박을 하기 시작했다. 돈을 잃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그는 수천만 원대의 빚을 지게 됐다. 도박을 멈추려고 군에 입대했지만 제대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도박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

최근 8년 사이 김 씨처럼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입수한 병적도박 질환 진료인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병적도박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00년 108명에서 2002년 170명, 2005년 216명, 2006년 475명, 2007년 519명으로 8년 동안 5배 가까이 늘었다.

병적도박이란 도박에 대한 욕구가 강해 스스로 도박을 절제할 수 없는 정신장애로,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도박을 해야만 마음이 안정돼 도박을 그만둘 수 없게 된다.

연령대별 병적도박 환자는 2000년 37명에서 2007년 169명으로 늘어난 30대와 2000년 33명에서 2007년 151명으로 늘어난 40대가 가장 많았다. 20대는 2000년 7명에서 2007년 74명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000년 91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계속 늘어난 반면 여성은 2000년 17명, 2003년 21명, 2007년 38명 등 30명 내외 수준을 유지했다.

도박중독자는 대부분 병을 숨기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의 경우 전체 국민의 4% 이상이 도박중독 증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도박을 다룬 드라마와 만화들이 인기를 얻으며 도박을 가벼운 오락 정도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 우려를 표시했다. 회사원 김영훈(35) 씨는 예전에는 도박을 하면 주위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영화 등에서 도박을 잘하는 사람이 화려한 이미지로 그려지며 도박을 나쁘게만 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한 명이 도박중독에 빠지면 당사자는 물론 부모, 친인척, 자녀, 동료 등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병적도박은 심각한 질병이므로 도박에 대한 미화를 경계하고 도박중독 치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zozo@donga.com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