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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별사면

Posted January. 01, 200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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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들은 가뭄 등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특별사면을 하기도 했다. 옥에 갇힌 불쌍한 백성들을 풀어주면 하늘이 응답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즉위 22년(서기 1440년) 그 폐단을 이렇게 지적했다. 매번 은사()를 내렸으나 한 번도 하늘의 답을 얻지 못했다. 재앙을 없애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오히려 죄인들이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가뭄만 기다리는 악폐가 생겼다.

요즈음 특사의 명분은 대개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이 수많은 특사를 단행했는데도 통합에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힘 있는 정치인이나 기업인만을 대상으로 한 그들만의 잔치에 그쳤기 때문일 것이다. 세밑에 단행된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처음부터 청와대가 김우중 씨를 비롯한 75명의 대상자 선정을 주도했다고 한다. 사법부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고 하니 사법부 권위 손상에 대한 고려조차 없었던 셈이다.

기업인에 대한 사면 복권은 그나마 경제 살리기의 명분이나 있다. 10년 이상 복역한 모범 사형수 6명의 무기징역 감형도 사실상의 사형폐지 국가로 선언된 마당이어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불법감청 묵인 혐의로 기소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과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에 대한 사면 복권은 김대중(DJ) 정부와의 화해 측근 봐주기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2002년 대선 때 병풍()의 주역 김대업 씨까지 끼워 넣으려 했다고 하니 노 대통령이 뒤늦게 당선사례를 하나 싶을 정도다.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은 불과 며칠 전 항소심 재판이 끝나서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였다. 청와대는 이들이 특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상고 취하와 항소심 형량 확정 요건을 갖추라고 뒷구멍으로 언질을 준 의혹이 짙다. 한 법철학자는 사면은 법 밖의 세계에서 비쳐 들어와 법 세계의 추운 암흑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밝은 광선이라고 비유했다. 여기서 밝은 광선은 권력자의 개인적 정치적 계산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