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엽 전북 완주군수는 작년 군수 취임 직후 포도주산업특구 예산 지출을 정지시켰다. 포도 재배단지 조성과 포도주 공장 신축 등에만 국비()와 군비 39억 원을 투입했지만 포도주의 시장성, 상품성이 없다는 평가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거봉 등 고급 포도가 많이 나는 완주군이지만 전임 군수가 외국산 양조용 포도를 노지()재배한 결과 풍토가 맞지 않아 실패한 사례도 있다. 임 군수는 각계 의견을 들어 포도주 사업은 포기하고 시설을 잼 공장 등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주 완주군의 포도주산업특구 지정을 해제했다. 2005년 특구제도 도입 이후 첫 해제였다. 정부는 완주군이 포도주 공장 용도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특화사업을 중단했기 때문에 해제했다고 하지만 임 군수는 예산이 더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제를 신청했다고 말한다. 당초 이 사업은 포도밸리 조성 등을 내걸고 2005년부터 10년간 국비, 군비, 농가부담 및 민자() 등 총 141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특구를 더 끌고 갔으면 예산이 더 낭비됐을 것이다.
정부가 정한 지역특구가 지난주 10개 더 늘어 모두 96개에 이르렀다. 가히 전국의 특구화다. 특구는 지역특화사업을 추진하는 데 일부 행정규제를 면제받는다. 쪼들리는 자치단체 예산에서 사업비도 대야 한다. 정부는 부족한 국고에서 보너스 사업비를 내려 보낸다. 전국에서 요건만 갖춰 나랏돈 따 내기 경쟁이 벌어진다. 그러나 작년 정부 평가 결과 특구 24곳 중 17곳이 평가가 어렵다거나 성과 미흡으로 나왔다.
1979년 일본의 오이타() 현 지사로 당선된 히라마쓰 모리히코()가 시작한 1촌 1품 운동은 지방정부 지원도 거부하는, 지역의 자주자립운동이다. 전국 균형발전을 외치던 우리 정부도 이 운동을 참고했겠지만 한국의 지역특구는 중앙정부가 관여해 돈을 뿌리는 방식이다. 그 혜택은 누가 누릴까. 임 군수는 사업 능력이나 투자 여력이 미흡한 업자들의 땅 투기를 돕는 건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