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국내에선 불법행위인데 정부 법-인정 사이 고민

국내에선 불법행위인데 정부 법-인정 사이 고민

Posted August. 24, 2007 07:29,   

막대한 수해를 본 북한 지역에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전염병 비상이 걸렸다고 국제적십자연맹(IFRC)이 최근 밝혔다. 설사 환자가 20% 증가하고 면역이 약한 어린이들 사이엔 급성호흡기 질환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의약품이 없어 많은 주민이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고 있다. 반면 의약품 시장 10조 원 규모의 남한에서는 한 해 폐기되는 의약품만 500억800억 원 상당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는 23일 북한 수해지역에 4억8000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북한 측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 때문에 북측이 그동안 요청해 온 유통기한 초과 의약품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과 도의의 문제=북한 적십자회는 2월 15일 남측 평화문제연구소를 통해 한국제약협회에 건의서를 팩스로 보내 왔다. 선생님들도 알다시피 우리 북쪽은 의약품이 많이 부족하다며 남쪽에서 사용 기한이 끝나 폐기 처분하는 의약품을 북쪽에 보내 주면 기한이 지나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우리가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북적은 또 남측 의약품에 대해 같은 민족, 같은 핏줄이라서 그런지 우리 인민들 체질에 제일 잘 맞는다면서 중국 약은 체질에도 맞지 않거니와 가짜가 너무 많아 골칫거리지만 남측에서 제조한 의약품(유효 기간 종료일부터 6개월 또는 1년까지 날짜가 지났어도 허용됨)은 우리에게 아주 귀중한 약품으로 간주된다고 절박한 북한의 사정을 호소했다.

그러나 남측으로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통 기한이 지난 약품을 법상, 도의상 보낼 수 없다는 견해다.

인도주의적 고려=약이 없어 죽어 가는 북한 동포를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는 것이 과연 인도주의 정신에 부합되는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유통 기한이 지나도 부작용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현택 숙명여대 의학정보연구소장은 대부분의 약품은 보존 상태만 양호하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효과가 좀 떨어질 뿐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밝혔다.

식약청장을 지낸 심창구 서울대 약대 교수도 대부분 약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독성이 생기지 않는다며 미국식 안전기준을 따지면서 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과 인도주의를 절충할 묘안은=이처럼 법적 제약과 인도주의가 충돌하는 딜레마를 극복할 묘안은 없을까. 의약계 전문가는 나름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정명천 대한약사회 약국위원회 차장은 전문 의약품만 따져도 유통기한이 남은 상태에서 폐기되는 개봉 불용 제거의약품이 20042005년 회계연도에만 140억 원 규모에 이른다고 말했다.

개봉 불용 제거의약품이란 포장을 뜯었다가 처방전 변경으로 사용 중단된 약품. 제약회사에 반품돼 대개 폐기 처분되는 이런 의약품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약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국에서는 보통 유통기한이 2개월 남은 약품을 제약회사에 반품한다. 국내 2만여 개의 약국에서 북한 지원에 동참해 유통기한 넘기지 않기 운동을 벌여 빨리 약을 반품하고 제약회사가 제때 수거하면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은 의약품을 북한에 보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제약회사는 반품량이 늘어나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제약회사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제약회사에 대북 의약품 지원에 연동한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한국제약협회 측의 아이디어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