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 사실을 극도의 보안에 부쳐 왔다. 회사 안에서도 극소수 관련 임직원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수 임원도 조사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국세청도 삼성 측에 철저히 함구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1년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국세청의 정기 법인세 조사 사실이 26일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로 알려지자 삼성 측은 상당히 당혹해하면서 확대 해석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삼성그룹의 고위 임원은 이날 (삼성전자) 세무조사는 정기 조사로 때가 되면 하는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국의 대표 기업답게 성실 납세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조 원 이상의 법인세를 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과 2004년 납세자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올해 3월에는 국세 1조3000억 원 탑을 수상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성실 납세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번 정기 세무조사를 극비에 부쳐 온 것은 조사 시점이 그룹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이 5년 6개월 만에 최악을 기록한 데다 지금은 대선() 정국이어서 온갖 억측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정기적 조사를 정치적 조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26일 삼성전자 주가는 세무조사의 영향 등으로 전날보다 3.4%나 떨어졌다.
국세청도 이번 조사가 대통령선거를 앞둔 기업 길들이기로 오해될 것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군표 국세청장이 17일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며 기업 비자금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를 공언한 바 있어 삼성전자 세무조사가 공개되는 데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세청과 삼성전자는 세무조사와 관련해 전례 없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의 일부 고위 임원조차 동아일보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세무조사와 직접 관련 있는 재무 경리 분야 임직원들조차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국세청에서 꼭 필요한 1, 2명의 관계자만 차례로 불러 질문을 하거나 자료를 요청하는 식으로 정말 조용히 진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1위 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재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모범생이 벌(세무조사) 받고 있으면 다른 일반 학생(기업)들의 기분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세무조사는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경기 수원지역을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 소속 조사 요원 80여 명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