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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컨드 라이프

Posted April. 09, 200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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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라이프는 흔히 제2의 인생을 말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 후에 살게 되는 또 다른 인생을 주로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는 3차원의 가상현실 생활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고 있다. 새 개념의 세컨드 라이프는 실제 현실과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후()가 있는 기존 개념과 다르다. 2003년 새 개념을 사업 아이디어로 채택해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벤처기업 린든 랩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터넷 주소 www.secondlife.com을 찾아 들어가면 주민은 물론, 건물 도로 숲 섬 바다 애완동물 회의실 커피숍 등 없는 게 없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집과 건물을 짓거나 거래하고,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담소를 즐긴다. 가상 인물인 아바타들이 실제보다 더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경제활동을 벌인다. 화폐 단위는 린든 달러로, 미 달러로 1대 280 정도 된다. 전체 주민 550만 명 가운데 2만여 명이 한국인이다.

듀란듀란 등 유명 가수의 공연과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이 수시로 열린다. 로이터통신은 특파원을 두고 있고, BBC방송은 섬 하나를 빌려 페스티벌을 주최한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캠프를 차려 선거운동에 열중이다. 스웨덴 정부는 대사관까지 설치했다. 두드러진 현상은 대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와 세금이 없고, 자유거래가 보장되는 시장경제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단돈 9.95달러로 2년 만에 연간 매출 250만 달러를 올린 기업도 생겼다.

창업 회사도 급증해 1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 매월 새로 선보이는 상품과 서비스가 1000만개에 달한다. 올해 총생산은 미화 6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IBM 델 BMW 도요타 등 세계적 기업들도 앞 다퉈 지사를 설치했다. 삼성그룹도 가세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홍보보다는 비용절감 차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경영회의나 주주총회를 위해 서울 본사에 모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정신이 없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