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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무섬증

Posted December. 16, 20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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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경기 J초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박모 교사는 지난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수업시간에 학원 교재를 꺼내 놓고 숙제를 하는 학생을 나무라자 이 학생이 박 교사가 보는 앞에서 박 교사의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한 것.

박 교사는 이 학생을 불러내 너 같으면 기분이 좋겠느냐고 물었으나 이 학생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먼 산만 바라봤다. 박 교사는 학생이 입 모양으로 욕을 하는 경우는 다반사라며 요즘 들어 내가 왜 교직을 선택했을까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면 2. 경남 B고교 김모 교사는 지난달 말 수업시간에 아무 말 없이 교실을 나가는 학생을 붙잡았다가 심한 욕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김 교사는 교원단체 교권상담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어쩔 수 없다. 참으라는 얘기만 들었다. 김 교사는 내가 무엇을 위해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지 심한 회의가 밀려 온다며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말에는 경기 고양시와 성남시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훈계하는 여교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교사가 교실에서 통제권을 상실하는 학급 붕괴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진행된 학급 붕괴 현상이 1990년대 초반부터는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져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사들 학생 욕설에 익숙

본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함께 711일 전국 교원 705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교원 10명 중 4명은 학생에게 심한 욕설을 듣거나 맞은 경험이 있었다. 동료 교원이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것을 봤다는 교원은 이보다 많은 62.3%에 이르렀다.

실제로 교사에 대한 언어폭력은 초등학교에서도 일상화됐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S초교 주모 교사는 학생을 훈계하다 입 닥치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잡담하지 말라고 하면 교사 앞에서 즐(인터넷에서 남을 빈정거리거나 따돌릴 때 내는 소리)이라고 대꾸하는 경우도 다반사란다. 그래서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지 않는다. 괜히 시비를 일으키기 싫어서다.

학급 붕괴 우려 팽배

1990년대 일본에선 학급 붕괴란 말이 크게 유행했다. 이 말은 학생들의 반항 때문에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인성교육은 엄두도 못 내고 정상적인 수업 진행조차 어려운 상태를 일컫는다. 일본의 교실에선 교사의 꾸중과 지적이 학생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교사를 왕따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학교 내 이지메(집단 괴롭힘) 역시 교사가 학생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결과로 일본의 교육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완준 이 설 zeitung@donga.com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