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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고속 과거사 예산 연3950억 제정신인가

[사설] 민생고속 과거사 예산 연3950억 제정신인가

Posted December. 11, 2006 06:58,   

정부가 이른바 과거사 정리와 관련된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2%나 늘린 3950억원 규모로 책정했음이 밝혀졌다.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예산이 3331억원에 이르고 정부 산하 9개 과거사위원회는 해외조사비와 홍보비를 크게 늘렸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현 정권은 집권 이후 14개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올해만도 2168억원의 국민 세금을 퍼부었다. 국력 및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다. 같은 사건을 여러 위원회가 중복 조사하는가 하면 예산의 상당부분이 인건비로 과거사 업자 주머니에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새롭게 밝혀낸 내용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위원회를 통폐합해 낭비를 막아야 할 정부가 거꾸로 금액을 폭증시킨 예산안을 국회에 버젓이 내놓은 것이다.

피해자 보상과 기념사업 예산을 크게 늘린 데는 선심성이 깔려있다. 그런가 하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내년에 해외조사를 하겠다며 6억여 원을 신청했다. 과거사 정리에 그 많은 해외조사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과거사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듯한 정권에 협조하면서 국민 세금이라도 실컷 써보자는 배짱인가.

난립해 있는 과거사위원회가 흥청망청 세금을 써대는 반면에 미래 대비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한심할 정도로 초라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미래 대비를 목적으로 한 정부 산하 위원회는 3곳뿐인데다 예산은 지난 4년간 143억원에 그쳤다. 연평균으론 36억원 꼴로 내년 1년간 과거사 예산의 1%도 안 된다.

집권 내내 미래를 외면하고 과거에 매달려온 국정운영의 결과는 민생고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4%가 될까 말까 할 것으로 전망되고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8%를 기록 중이다. 가계부채는 558조원으로 국민은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정권이 이제부터라도 미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해도 시원찮을 판에 민생고에 아랑곳없이 내년에도 과거사에 매달린다니 과연 정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