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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전

Posted September. 12, 200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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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평소 연습경기를 남자 중학교 팀들과 한다.

나이로 치면 막내 동생 뻘이지만 신체조건이나 체력은 엇비슷해 훈련 성과가 높아서다.

스포츠 세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크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골프도 마찬가지다.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라 비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려주는 클럽과 공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남녀의 경기력에는 태생적으로 엄연한 벽이 존재한다.

절친한 사이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만 봐도 그렇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우즈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06.5야드에 이른다.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상급인 소렌스탐은 261.7야드에 그쳐 우즈보다 45야드나 적게 나간다. 우즈가 쇼트아이언을 잡을 때 소렌스탐은 롱 아이언 이상을 잡아야 한다.

우즈는 드라이버의 정확도가 59.2%로 바닥을 헤매지만 그린 적중률은 72.8%로 1위에 올라있다. 강한 파워로 어지간한 러프에서도 정확히 공을 그린 위에 떨어뜨린다. 근력이 떨어지는 소렌스탐의 티샷이 러프를 헤맨다면 레귤러 온의 가능성은 우즈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

소렌스탐은 2003년 PGA투어를 한차례 두드린 뒤 남자 무대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아마 못 오를 나무라고 여긴 듯 하다.

그런데도 미셸 위(17사진)의 성대결 행진은 계속된다. 지난주에는 유럽투어 오메가마스터스에서 2라운드까지 15오버파로 무너지며 최하위로 컷오프된 뒤 눈물까지 흘렸다. 무모한 도전이란 말까지 나왔다. 박영선 J골프 해설위원은 남자선수들이 8번 아이언을 칠 때 미셸 위는 6번을 잡아야 했다. 그린이 딱딱해 공을 제대로 세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남자대회에 통산 10차례 출전해 9차례 예선 탈락한 미셸 위는 이번 주 미국PGA투어 84럼버클래식에 출전한다. 참담한 성적을 남긴 그에게 2주 연속 성대결은 처음. 대서양을 횡단하는 빡빡한 스케줄과 시차, 낯서 코스와 한결 수준 높은 경쟁자 등 그의 앞길은 험난하다. 문홍식 MBC 해설위원은 험한 코스에서 손목이나 허리 등 몸을 다칠까봐 염려된다. LPGA에 전념하며 승수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형중 이화여대 사회체육학과교수 역시 어린데 왜 그리 서두르지는 모르겠다. 공부해야 될 나이라고 꼬집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망신까지 당한 딸이 안쓰러운 그의 부모는 아마 (성대결을) 그만 두라고 해도 고집이 세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대결을 그만 두는 순간 잊혀진 존재가 될지 몰라 집착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에게 거액을 투자한 스폰서 업체도 어떻게든지 그를 이용하려 한다.

복잡한 소용돌이 속에 미셸 위가 놓인 듯 하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