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영국과 프랑스가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란 핵 제재 결의안을 제출했고, 미국의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가 걸프 만으로 발진했다. 이에 맞선 이란의 대응도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 이란의 심장부 테헤란을 찾았다.
3일 오후(현지 시간) 테헤란 도심의 바자(시장). 많은 사람으로 북적댔다. 이란 경제의 3분의 1을 좌우한다는 바자는 옛날부터 친절과 환대로 유명한 곳이다. 호객하는 상인들과 흥정하는 소리로 떠들썩하기는 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장사가 되지 않아 아예 문을 닫은 업소도 군데군데 보였다.
연일 긴박하게 전개되는 바깥세상의 움직임이 속속 전해지면서 무거운 공기가 시장을 짓누르는 듯했다. 당장 테헤란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한 상인은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서인지 요즘 벌이가 신통치 않다며 설마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항모가 온다는 소식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은세공품을 파는 또 다른 상인은 뭔가 모를 긴장된 분위기에다 정부가 연 20%대의 이자율을 10%대로 끌어내리면서 금값이 폭등했다고 투덜댔다.
시장에 옷을 사러 나왔다는 30대 시민은 이란은 이라크와 다르다며 미국은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헤란 도심은 서방의 여느 대도시 못지않게 분주하고 소란스럽다. 출퇴근 시간대엔 뒤엉킨 차량들로 3차로 도로가 금세 5차로가 되어 버리지만 모든 차량이 신호도, 법규도 없는 혼잡 속에서도 곡예운전을 하며 신기하게 제 갈 길을 잘 찾아간다.
질서 있는 무질서(orderly disorder). 한 외교관은 워낙 무질서가 난무하다 보니 무질서가 당연시되고 그 속에서 나름의 절묘한 질서가 형성되는 사회라며 이같이 표현했다.
이란 주민들이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애써 부인하는 이유도 무질서 속의 질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테헤란대의 한 에너지 전공교수는 정치 문제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하면서도 (이라크처럼) 그렇게 쉽게 군사 공격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란은 대국이고 강한 군대를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많은 나라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공격당하면 맞서 싸우겠다며 항전 의지를 다지는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테헤란 시내에는 긴장과 불안감이 짙게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