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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파면 당한 위인

Posted March. 22, 2006 03:12,   

외국인들이 황우석 교수 앞에 돈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외국인이 돈 가방을 철컥 열어 보이며 말했다. 우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하시죠.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그러자 황 교수가 말했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절대 사고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특허권자는 이 황우석이 아니라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용 황우석 위인전의 일부다.

숱한 위인전이 나왔다. 얘들아, 황우석 선생님의 성공을 배우자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웃을 위해 꺾이지 않는 황소고집 황우석 황우석 박사의 아름다운 생명의 길. 아이들이 주먹을 불끈 쥘 만큼 감동적인 표지 문구도 눈에 띈다. 과학에는 조국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사회과 탐구 6학년 교과서에서는 그를 세계의 과학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인물로 소개했다.

그 위인전의 주인공이 논문 조작으로 대한민국을 먹칠하고 마침내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됐다. 연구실이 폐쇄되고 결국 파면으로 내쫓기고 말았다. 사또가 출두한 암행어사에 의해 봉고파직()당하던 극적인 반전을 연상케 한다. 비행() 부정이 드러나 창고가 봉쇄되고 보직에서 내쫓기는 장면이다. 파면은 공무원 징계 가운데 최고로 무거운 징계다. 앞으로 5년간 공직 임용도 안 되고 퇴직금도 반으로 깎인다. 최고과학자 1호 칭호도, 연 30억 원의 지원금도 끝이다.

가짜 위인을 존경하게 해 온 어른들은 면구스럽다. 아이들의 정신적 혼란을 무엇으로 메워 줄 것인가. 군색하지만 어른들의 죄를 반성하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얘들아, 과학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요설()의 홍보와 애국심의 성원만으로 과학적 성취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란다. 그리고 덧붙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회의()하라는 것은 명언이요, 과학적 사고의 출발점이니라. 하나면 어떻고 열이면 어떻습니까 하고 얼렁뚱땅 넘기려는 자, 실패한 일마다 우연의 사고를 핑계 삼는 자를 특히 경계하여라.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