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노대통령 APEC 의장다운 모습 보이기를

[사설] 노대통령 APEC 의장다운 모습 보이기를

Posted November. 11, 2005 07:51,   

ENGLISH

21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8일 부산에서 개막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의장으로 리더십을 평가받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사흘 전 외신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번 APEC 총회에서 역내 국가간 사회적 격차 해소를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APEC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강조하다 보면 사회적 격차가 더 벌어져 빈곤한 사람들이 시장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세계화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국제적 불평을 이달 들어 두 번째 듣게 됐다고 그제 보도했다. 첫 번째 비난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서 나왔으며 그 다음이 노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차베스 대통령은 반미반세계화 투쟁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그와 동렬()로 보는 듯한 이 보도에 접하면서 적지 않은 국민이 낭패감을 느꼈을 것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노 대통령은 무역자유화 촉진을 위한 보완책으로 사회적 격차 해소 노력도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교역과 투자의 확대를 목표로 출범한 APEC는 1994년 2020년까지 무역투자의 장벽을 완전히 해소한다는 내용의 보고르 선언을 채택할 정도로 상당한 진전을 이뤄왔다. 역내 국가 간 역사적, 문화적 이질성이 EU(유럽연합)보다 큰 가운데서도 이만한 진전을 이룬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역대 한국정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의장으로서의 입장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 회의에는 부국과 빈국 모두 참여하기 때문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과 부국()이 세계화로 불공평하게 이익을 보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은 무역자유화를 따르다 더 가난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노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든 차베스와 같은 인물로 비쳤다는 이유만으로도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 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의장답게 세계화된 식견을 갖춘 글로벌 리더의 외교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