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의사가 못 고치는 병도 고친다?

Posted October. 24, 2005 03:03,   

ENGLISH

최근 한 의료 담당 재판장의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란 제목의 책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저자는 병원에서 의사가 고칠 수 있는 질병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대의학의 대안으로 민간의술을 주장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당뇨병 등 성인병은 물론 비만과 암까지 단 몇 개월이면 고칠 수 있다는 비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비법은 모두 대체의학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정말 대체의학은 현대의학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상술에 불과한 것인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다

미국에서는 현대의학을 뺀 나머지 영역을 모두 대체의학이라 부른다. 국내에서는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제외한 영역을 대체의학으로 본다. 넓은 의미에서는 민간요법, 자연요법 등도 모두 대체의학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일단 연구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만 연간 수백억 원씩 이런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연구든 현대의학을 대체(Alternative)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슈퍼의학을 찾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대체의학을 보완대체의학(CAMCom-plimentary Alternative Medicine)이라 부른다. 대체의학의 역할이 현대의학을 보완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현대의학에 대체의학을 융합한 통합의학(IMIntegrated Medicine)이 주목받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이 대세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입증된 치료법만 환자 치료에 이용한다. 이를 근거중심의학(EBMEvidence Based Medicine)이라고 부른다. 현재 미국에서 여러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인정받은 분야는 생약치료, 침술, 카이로프락틱, 동종요법 등 20여 종류가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대한보완대체의학회가 창립됐다. 학회는 먼저 46개의 치료보조제에 대해 효과를 분석한 뒤 5개의 등급으로 나눠 발표했다. A(권고) 등급을 받은 것으로는 아프리카 푸룬(전립샘비대증), 톱야자(전립샘비대증), 성요한풀(우울증), 카바(폴리네시아 관목불안증), 비타민A(홍역), 글루코사민(골관절염) 등 6개였다.

이 학회 이성재 이사장은 이제 개별 치료법에 대해서도 검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요법이나 한의학으로부터 유래된 각종 대체의학은 검증이 쉽지 않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의사와 한의사가 공동 작업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 세계에서 유일 등으로 광고하면 일단 의심을

만병을 고치는 세라믹 제품을 임대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 취재결과 이 제품은 어떤 과학적 근거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제품 판매업자가 내세운 근거는 내가 해 봤는데 효험이 있었다가 전부였다. 이 제품을 이용하려면 하루에 3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대체의학 전문가들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사이비 시술과 제품에 현혹되지 말 것을 주문한다. 한 대학교수는 잘못된 대체의학 시술을 받고 뒤늦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이비 대체의학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다만 대체로 연구소란 이름을 내걸거나 우리 제품(치료법)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효과가 몇 개월 만에 나타난다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광고하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진료비가 턱없이 비싸거나 동물실험 한두 번을 끝낸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선전하는 곳도 주의해야 한다.



김상훈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