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노대통령 발언 배경과 전망

Posted August. 27, 2005 03:01,   

ENGLISH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25일 발언은 이전까지의 유사한 발언에 비해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3년 10월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대통령 직을 건 모험적 제안을 내놨다. 대통령 직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는 등 극단적인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이전의 발언들은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 표현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대연정을 통해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최근의 제안과는 맥락이 다르다.

지난달 28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처음 제안했을 때 노 대통령은 사실상 정권교체 제안이라고 표현했지만 권력 이양의 구체적 모습에 대해선 연정을 구성한 정당에 내각제적 수준의 권력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 직을 주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함께 내각을 구성하는 식의 구상이었다.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였던 것.

하지만 25일의 발언은 권력의 전부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발언이 즉흥적으로 던지는 말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TV 토론에서 내각제처럼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해서 재신임을 물을 수도 없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불쑥 대통령 직을 내놓을 수도 없어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권력 전부를 이양하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검토했다는 얘기다.

최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진 사례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단순히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의 발언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내부적으로 그에 관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 대통령이 권력의 전부를 야당에 이양할 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 직을 사퇴한 뒤 선거를 치르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조기()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말까지 대연정을 계속 주장하면서 결국은 내각제 개헌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장영수(법학) 교수는 하야를 한 뒤 선거를 통해 권력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현 상태에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대통령이 정 뜻을 이루고 싶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