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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고 국토순례 올해로 네번째 김명기 씨

말타고 국토순례 올해로 네번째 김명기 씨

Posted June. 25, 200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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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법인카드 2000만3000만 원씩 쓰고 1년에 수십억 원을 만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땐 오직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저의 수입은 책 써서 받은 400만 원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너무 행복합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말을 타고 국토순례에 나서는 김명기(43한국 국토대장정 기마단 훈련대장) 씨. 그는 천하태평이다. 스스로 담장 밖으로 밀려난 거지라고 자처하면서도 그게 뭐 어때서라며 씨익 웃는다.

22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의 중앙야영장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혼자 사는 그를 만났다. 그는 TV도 없고 신문도 보지 않는다. 밤하늘에 주렁주렁 매달린 별들, 이름 모를 풀벌레가 그의 친구들. 이 중에서도 말()은 그가 가장 아끼는 친구 중의 친구다. 그는 근처에 있는 왕실승마클럽(회장 임상균)의 말들을 가족처럼 돌본다. 물론 그 말들의 주인은 따로 있다.

말들은 정직합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합니다. 제가 어디 나갔다가 돌아오면 반갑다고 강아지처럼 껑충껑충 뛰면서 저한테 얼굴을 비빕니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공장자동화(FA) 사업가였다. 세계 20여 개국을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쫄딱 망했다. 아내도 그의 곁을 떠났다. 죽고만 싶었던 고통의 시절. 경기 고양시 서삼릉 부근 폐가에서 살다가 우연히 근처 개인 목장에서 말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인간은 한번 돈에 미치면 우정도, 사랑도 헌신짝처럼 내버리지만 말은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었다.

2002년 7월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8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말 3필을 타고 기마국토대장정(서울목포제주440km)을 했습니다. 그 길은 조선시대 5대 역참로 중 하나인데 2003년 서울대구부산, 2004년 서울강릉 코스도 마쳤습니다. 북한에 있는 나머지 2개 코스(서울신의주, 서울함흥나진)를 갈 수 없어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는 다음 달 816일 대학생 20명과 함께 최북단 마을을 따라 통일기원 기마국토대장정(www.gima.or.kr02-422-9287)에 나설 예정.

그의 고향은 강원 강릉시. 가끔 바다가 미친 듯이 보고 싶다. 그럴 때면 아버지(67) 어머니(63)와 함께 강릉에 살고 있는 아들(15)에게 편지를 쓴다.

아들아, 느리게 살아라. 게으르게 살아라. 하지만 길은 제대로 가라. 담장 밖에 산다고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다 너의 하느님이다.



김화성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