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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수 잘 만난 복장

Posted April. 18, 20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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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의 이름 앞에서 초보 감독이란 말은 지워도 될 것 같다.

최근 3년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1회. 이 정도면 명장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는 말도 안 된다. 다 좋은 선수 만난 결과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프로농구 TG삼보 전창진 감독(42). 17일 KCC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그는 우승 뒤풀이에서 골목길이란 노래를 불렀다.

그 제목처럼 그의 농구 인생은 탄탄대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고려대 졸업 후 10년 넘게 실업 삼성에서 주무와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며 선수 뒤치다꺼리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농구 코트의 생존 법칙을 깨달았다. 실력이 있거나 아니면 실력 있는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살아남는다는 것.

이런 체험을 앞세워 전 감독은 짧은 지도자 생활 속에서도 빠르게 적응했다. 그의 지론은 몰라서 물어보는 건 창피하지 않다는 것. 선후배를 막론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누구에게든 조언을 구했다. 선수들과도 자주 미팅을 갖고 전술도 상의하면서 팀워크를 다졌다. 이는 전 감독님은 무조건 따라오라는 지도방식이 아니라 선수들을 동참시켜 큰 효과를 봤다는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 김주성의 말에서도 엿보인다.

그렇다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다른 지도자에게 콤플렉스가 없을까. 그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제이 험프리스 코치와 포옹을 하며 눈물을 쏟았다. 솔직히 다른 지도자들이 저를 같은 감독으로 인정하겠습니까. 그래도 제이 코치는 달랐어요. 너무 고마웠죠.

몸무게 100kg이 넘는 전 감독은 큰 덩치와 달리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 승부에 대한 고민 때문에 늘 밤늦도록 잠을 못 이룬다. 단잠을 잘 때는 야간경기에서 이긴 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의 12시간 정도. 선수들 식사까지 챙길 만큼 꼼꼼하다.

전 감독은 현재 다른 팀의 영입 대상 1순위에 오를 만큼 상한가. 그래도 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TG와의 의리를 버릴 수 없다며 더 좋은 용병을 뽑고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신기성과도 재계약해 다시 한번 TG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 감독은 스스로를 뛰어난 선수들을 만난 복장()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구슬도 잘 꿰어야 보배. 그래서 전창진 감독의 성공시대는 더욱 값지게 평가된다.



김종석 kjs0123@donga.com